흑백만화
나에게 안전한 장소는 나의 집, 그리고 환기가 잘 되는 야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때에는 마스크를 쓰고 향이 나지 않는 사람들 근처에만 있고 향이 나는 사람이 오면 자리를 옮겨갔다. 새로운 장소를 가면 식구들이 먼저 들어가서 향이 나는지 확인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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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주의를 기울여도 나의 반응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특히 왼쪽눈이 수포같이 얇게 올라오면 붓는 증상은 자주 반복되고 그러면 약의 복용량을 늘려서 섭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에 금이 가면서 치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마취약에 반응을 했다. 그전에는 한 번도 치과 마취에 과민반응을 한 적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 날은 괜찮고 어느 날은 코에서 목까지 마비, 어느 날은 목만 마비 등등 강도가 다양하게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전처럼 점막이 심하게 부어오르지는 않고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변해서 움직이지 않는 정도로 반응이 나타나며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하고 약을 먹으면 몇 시간 정도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처음 치과에서 과민반응 후 숨을 못 쉬고 흡입기를 쓰고 어지러워서 앉아있는 동안 병원 직원들은 119를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괜찮아요. 늘 이러니까 시간이 필요해요"라고 전했다.
나는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니까 다만 언제 아플지 모른다는 게 사람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불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