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가 되는 모든 순간.
나의 전문성 혹은 나의 가치가 숫자로 보여 질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같은 그런 숫자들 말이다.
월요일.
오늘, 낭독 3기 모집 공지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오늘, 낭독은 내가 운영하는 낭독 모임이다.
[고막여신 프리신디와 함께하는 내 마음에 새기는 낭독 독서]
그럴싸하게 타이틀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이 지루하고 불편한 기다림을 또 선택하다니...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것인가.
지난 2월 오늘, 낭독 1기 모집 공지를 올리고 난 뒤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이토록 매력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혹시 신청하는 사람들로 폭주하는 것은 아닐까?
선!착!순! 7명 모집이라고 빨간색으로 강조하며 공지를 올렸는데
모집 기간 일주일 동안 응원의 좋아요 숫자만 올라갈 뿐
그 어떤 참여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창피했다. 너무 부끄러워 모집 글을 내리고 싶었다.
뭐야. 내가 그동안 올렸던 낭독이 들을 만한 가치가 하나도 없었던 거야?
나는 20년을 넘게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나름 메이저에서 뛰었던 사람인데
왜?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뭐가 문제인 거야?
혹시 내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내 목소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르시시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낭독 모임까지 만들어 이 지경에 놓인 건가?
공지글을 만들고 올리기 위해 내가 들인 노력은 또 어떻게 할 거야?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다행히 간절한 나의 이런 목소리를 들은 건지 단 한 명의 신청자가 나타났다.
오 주여~가 저절로 튀어나오기 무섭게 나는 또 고민에 빠졌다.
7명을 모집하기로 했으니, 정원이 차지 않아
낭독 모임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한 명이라도 어떻게든 끌고 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야. 그분이 오히려 혼자 하시는 걸 싫어할 수 있잖아.
갑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이 말이 떠오르더니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번쩍하고 정신이 든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부정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어떻게 표현해야 이 극적으로 사라졌던 부정들이 잘 표현이 될까?
눈 녹듯. 아니 그거 아니지.
내 몸을 둘러싸고 있던 부정이라는 가시덤불이 단 한 번의 섬광으로 산산조각 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이라고 할까나?
아무튼!
어쨌든!
못 먹어도 고!
일단 해보는 거다.
나는 평소 낭독에 관심을 보였던 분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다.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긍정의 답변을 주셨고 나는 그렇게 소중한 두 분과 오늘, 낭독 1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이것은 해피 엔딩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