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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맞아요 Jan 03. 2024

외면하고자 하는 곳에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

누구나 가끔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 거 같아요.

 

작게는 밀린 설거지나 빨래 같은게 있을 수 있고 크게는 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 경제적인 걱정들이 있을 수 있죠.


이렇게 간단하게 말로 얘기하면 별 거 아닌 것 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문제이니 만큼 현실에서도 외면하려고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둠속의 문제들에 대한 얘기를 가져왔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12월 초에 출사를 나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인데요, 문제는 제가 이 사진을 찍으러 나온 날이 상당히 추웠다는 겁니다.


손이 너무 시려워서 셔터를 누르기 위해 손가락을 꺼내는 것조차 저에게는 상당히 도전이었어요. 날이 너무 춥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아 돌아다닌 것에 비해 좋은 사진들을 많이 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참 잘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긴 너무 싫고 빨리 집이나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고민을 했고 저는 결국 이곳만 찍고 집에 가리다 하는 심정으로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저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은 아니에요. 취미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무슨 욕심이 들었는지 찍고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에 완벽하게 들 때까지 촬영을 했다는 겁니다.


결국 원하는 대로 사진이 나왔고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위와의 결투에서 이긴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이것이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인데요,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언제나 보기 싫은 곳에 있다'라는 겁니다.


'in sterquiliniis invenitur' 이라는 라틴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오물에서 발견될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이 외면하고자 하는 그 '오물', '어둠'속에 어쩌면 여러분이 가장 원하던 것이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너무 어렵게 얘기하는 것 같겠지만 누구에게나 '어둠'은 존재하고 있고 다 각자 이해하고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저 어둠밖에 없다면 어쩌면 충분히 바라보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저는 힘들고 잘 안될까봐 항상 외면하던 지금까지의 제 모습을 느꼈습니다.


어둠이라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들어가면 뭐가 있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쉽사리 들어가고 싶지 않아지겠죠,


그래도 완전히 그 어둠을 마주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그곳에서 분명히 원하던 것이 있을 것이라 믿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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