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69-
휴대전화를 본다
화면 말고, 그 전체를
늘 보는 휴대전화지만, 우리는
그 끝과 시작을 보기 위해 그를 쓰는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는 나를 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는 나를 저장하고, 나는
저장된다, 그만의 공간에
옆구리를 오래 꾹 누르면 제시해주는
검은 ‘전원 끄기’ 버튼, 그 오른편
화살표가 시계방향으로 4분의 3쯤 돌아가 있는
초록의 ‘다시 시작’ 버튼
(붉은 긴급전화와 의료정보 버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않을 것이다)
7월 플라타너스의 우듬지에 달린 잎의 빛깔을 뿜고 있다
엄지 지문을 지그시 기대보면
화면이 꺼지고, 비로소
나타나는 얼굴 하나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마냥
화들짝 놀란다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