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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포 주인

-소월삼대목 76-

by 김병주

그가 읽던 책을 보았다

그의 감상을 알 수가 없다

그가 벽에 걸어둔 공구와 부품을 보았다

그의 손금을 더욱 알 수가 없다


그가 준비한 시험에 대해 들었다

그의 상처를 알 수가 없다

그가 고무를 덧댄 바퀴에 대해 들었다

그의 발 크기를 더욱 알 수가 없다


그가 먹던 찌개 냄새를 맡았다

그의 취향을 알 수가 없다

그가 밖에 내놓은 윤활유 냄새를 맡았다

그의 잔주름을 더욱 알 수가 없다


그가 건네준 야쿠르트를 마셨다

그의 버릇을 알 수가 없다

그가 잔에 남은 믹스커피를 마셨다

그의 눈웃음을 아직 알 수가 없다


그가 장갑을 벗고 안장을 매만진다

그의 손등과 허리는 닮았다

그가 쓴 시간을 건네받다 일순 살결이 스치고

그를 거쳐 조금 달라진 손잡이를 힘주어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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