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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Feb 16. 2024

추억 속 파이집

봄이 오나 봄

아직은 쌀쌀하지만 봄이 오는 기분이 든다.
잠깐 파이집 밖으로 나 단지 앞마당을 한 바퀴 돌아봤다.
부지런한 관리소장님이 설이 지나자마자 가지치기를 끝내서 나무들이 휑하다.
그래도 곧  나무들에새순이 돋고 벚꽃도 피겠지.
그런 생각에 빠져 걷다가 무심코 파이집을 봤다.

아이쿠! 유리창 너머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파이집으로 호다닥 뛰었다.

음? 근데 남녀 손님 두 분이 환하게 웃으며 파이집 안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파이집은 인테리어가 멋진 곳도 아니고 사진으로 남길 만한 곳도 아닌데?

부리나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두 분이 나를 반긴다.
낯이 익은 손님인데 누구신지 퍼뜩 떠오르진 않다.

파이집이 그대로 있어 너무 좋다며 머랭쿠키와 호두파이를 하나씩 사셨다.
눈치껏 이사 가신 분들이구나 알아챘다.

전에 살던 집을 매도 계약하러 왔다가 아직 파이집이 있나 싶어 들르셨단다.
두 분의 추억 속 파이집이 여전히 그대로라 반가우셨나 보다.

"태오도 파이 좋아하는데 이거 갖다 주면 엄청 신나 하겠다."

아! 태오!
기억났다. 태오네였구나!
태오의 생일 때 어린이집에 답례선물로 미니파이를 준비해 줬었다.
태오 엄마는 웃는 미소가 예뻤고 그런 그녀를 태오 아빠가 무척 아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파이집 바로 앞 동에 살아서 태오네 가족이 오가는 것도 자주 봤었는데 생각해 보니 못 본 지 꽤 되었다. 태오도 많이 컸겠네.

그들에게 파이집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는다는 건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과 추억 속 파이집에 나도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설레인다.

내 마음엔 이미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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