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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May 07. 2024

배달하는 파이집

도움이 되는 관계

파이집은 배달을 한다.

요즘 세상에 디저트 가게가 배달하는 게 뭐 큰 대수겠냐만은 10년 전에는 아니었다.

식사 배달이 아닌 디저트 배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코로나 시기니까 시대를 앞서서 배달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혁신적인 경영능력이 있다거나 시대를 선도하고자 하는 포부가 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매장 없이 집에서 호두파이를 구워 팔았기 때문에 직접 갖다 드렸고, 매장을 오픈한 이후에는 영업시간이 4시까지로 짧았기 때문에 이후 시간에 배달을 해드렸다.

육아하며 장사하는 주인장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파이집의 시작은 맘카페였다.

맘카페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시작한 장사였다.

맘카페에는 아무래도 어린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많았고, 아기엄마들은 대부분 외출이 쉽지 않다.

아기를 데리고 디저트를 사기 위해 외출을 감행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육아할 땐 동네 산책 외엔 거의 외출이 전무했다.

그런 아기 엄마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매장을 오픈한 이후에도 일부러 배달은 계속했다.


배달은 업체를 쓰지 않고 내가 직접 다. 그 시간에 장에서 파이를 굽는 게 더 생산적인 건 사실이다. 배달업체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근처 지역뿐 아니라 꽤 먼 지역도 가져다 드리기 때문에 배달업체를 썼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았다. 효율성만을 따져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쩐지 손님들과의 약속 같아 직접 하는 배달은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배달에 쓰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 수도 있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오히려 나에겐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그날그날기분에 따라 선곡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내달리면 갑갑한 가슴이 뻥 뚫린다. 이곳은 조금만 벗어나면 교외에 나온 듯한 경치도 즐길 수 있어 드라이브하는 맛이 있다. 배달을 하며 계절이 변하는 걸 느끼도 하고, 다양한 날씨를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사장이  직접 들고 온 파이를 받아 든 손님들의 고마워하는 표정을 마주하면 뿌듯한 기분은 곱절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가 오면서 대면보다는 비대면배달이 늘어났고 이제는 이런  소소한 재미는 많이 사라졌다. 직접 만나서 인사하며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손에 쥐어주시던 손님들도 계셨는데 이젠 문 앞에 두고 는 일이 더 많다. 나도 그 편이 편하기도 하지만 반가워하던 손님들의 얼굴을 볼 일이 없어진 건 아쉽기도 하다.


파이집이 동네에서 한자리에 오래 있다 보니 이젠 처음 의도에서 확장되어 아기 엄마들 뿐만 아니라 거동이 어려환자분들이나 어르신들,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직장인들도 배달 주문을 주신다.

어쩌면 그들은 나를 돕고, 나는 그들을 돕 셈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이집. 그게 동네 작은 파이집이 존재하는 이유인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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