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Mar 07. 2024

똑똑똑, 심리합니다

상담이론과 실제, 첫 번째 수업


똑똑똑, 심리합니다!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을 계기로, 의도에  맞는 단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곧바로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다. 재밌거나 처음 들은 어휘는 휴대폰 메모장에 끄적여 보기라도 하는 .


하루는 유퀴즈를 보다가 조셉(조세호 님)의 말에 꽂혔다. 두 명의 명 MC는 모 교수님께 유튜브 채널명을 추천했는데, '똑똑똑 심리합니다'라는 찰떡같은 제목에 반한 건 오히려 나였다. 그러나 렇게 빠른 시일 내에 꺼내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바로 오늘, 인생 두 번째 석사과정을 시작하 날일 줄이야. 


메거진 <똑똑똑, 심리합니다>에는 상담심리 강의를 듣고 알게 된 것, 또 교직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싶은 것들을 주제로 짧은 기록을 남기려 한다. 부디 꾸준한 기록이 되길.




개강날이니만큼 아이스브레이킹 정도로 끝날 거라 기대한 건 순전히 잘못이다. 누구 하나 손쓸 틈 없이 교수님은 풀강의를 시작하셨다. (그래, 이게 대학원이지.)


교육은 무엇인가?


교육자인데 교육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정의하지 못한 채 임하면 안 된다는 교수님의 일갈이 매서웠다. 시쳇말로 뼈 맞은 느낌이었다.


한자로 구성된 단어의 의미는 한자 뜻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알고 있는 한자가  안 되는 나도 아는 '교육'이란, 바로 '가르칠 교', '기를 육'의 조화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교과 내용이고, 수업을 통해 지도할 수 있다. 기르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인성지도 또는 생활지도인데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상담있다. 


교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수님의 질문에 '기초학습능력과 기본생활습관을 통한 전인적 성장'이라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까닭도 모르고 달달 외웠던 총론에 대한 이해가 만 4년 만에 이뤄진 꼴이다.




상담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상담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면 안 된다. 상담에는 꼭 주체가 들어가야 한다. 상담의 주체 상담자와 내담자다.


상담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문제 행동의 수정에 대한 조력이다. 여기서 상담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는 문제 행동을 '수정'한다는 것이다. 문제 행동을 수정하는 주체는 내담자가 되어야 한다. 상담자는 조력자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성장 욕구의 촉진이다. 상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에서 시작해 0까지 끌어올리는 것만이 상담의 기대효과가 아니다. 기본 이상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때 상담자는 어떤 사람이든 간에 기본적으로 성장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욕구를 촉진하여 자신의 능력을 백 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학부모 중에 다짜고짜 목소리가 높아지고 비속어 사용에 거리낌이 없는 아빠가 있다.  대면상담 당일에 보니 목 뒤로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에게도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담자라면 대화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를 통해 그의 인정 및 사랑의 욕구가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었는 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숨겨진 욕구를 확인하고 문제 행동 수정하며, 나아지려는 욕구를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없는 것은 만들 수 없다지만, 조금이라도 있으면 상담자는 이를 촉진할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기본 욕구를 인지하는데서 출발한다.




생활에의 적용


올해는 3학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2년 전에 만났학생들인데도 새 학기는 떨린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주체가 안돼 7시 50분부터 교실을 지켰다. 1학년 때 같은 반이 아니었음에도 마주칠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하던 아이가 우리 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내적 환호를 질렀다. 우리 반에 아는 동생이 있다며, 학급 전체와 나눠 먹으라며 작은 사탕을 주고 갔던 아이였다.


런데 반가운 마음도 잠시.  아이가 서이야기할 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앉아서 얘기할 때는 다리를 꼬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태권도장에서 하는 마술 파티 초대장을 몇 장만 가지고 와 소수의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는 말에는 "이 티켓 없어도 2만 원만 내면 들어올 수 있는데요?"라고 당돌하게 응수했다.


처음에는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생각하며 속을 끓였다. 작년과 같은 마음가짐이었다면, 아이의 속을 들여다볼 마음을 먹기도 전에 올 한 해 운을 점지한 내 손을 탓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담을 배우겠다는 결심 하나가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었다. 학생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올 한 해에 대한 속단 대신 학생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봤다. 새 학기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 못 할 행동도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지고 싶었고, 교사의 말에 주눅이 드는 티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상담을 제대로만 배우면 개인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번 석사과정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장하고, 고유한 관심사를 찾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