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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북한편을 읽고

by 김바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마음에는 낯선 것에 대한 설레는 호기심과 흙으로 된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함께 있었다. 어둡고 낯선 땅, 북한의 이야기라니. 내게 북한이 낯설고 어둡게 느껴진 것은 교수님이 이 책을 쓰셨을 때보다도 몇 십년이 더 흘러 남북관계가 멀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북한에 생소한 나에게 처음으로 마음의 길을 열어주었다. 최대한 문화유산에 집중해서 글을 적으려 하셨지만 언뜻 언뜻 나오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장되면서도 따뜻했다. 우리 언어를 쓰는 우리 동포라는 것이 느껴졌다.

문화유산을 들여다보면서도 우리 선조들의 것이 가득한 우리 땅, 사랑하는 우리 땅이라는 게 가슴 깊이 다가왔다. 고구려 고분 벽화 사진을 보며 청룡과 주작의 생생한 모습에 내가 조국에 그려놓았던 마음의 선이 삼팔선 너머로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너무 달라진 우리, 적이라고 여기며 오랜 세월을 긴장해 있느라 시초는 같았다는 것마저 어느새 망각했다. 우리 땅의 우리 동포, 그렇게 나의 마음이 넓어졌다. 그곳까지 발을 내딛은 교수님 덕분에 나의 시선과 정신이 글을 따라 물줄기처럼 북녘 땅을 아우르고 사랑으로 흐른다.

토지 환이가 별당아씨를 묻은 묘향산이 어딘지도 알지 못했다. 북한에 있었구나. 그렇게 원래 하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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