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는 미묘한 데가 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전달되겠지, 생각을 해보아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분명이 같이 대화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 놓고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서 이뤄진 대화라는 건 같은 마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혀 다른 마음, 그건 사람들의 관점이 다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해온 경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적 자아를 형성한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반응을 하고 가장 적합한 행동을 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말을 하는 자아를 갖는 것이다. 함께 웃고 있지만 사회적 자아로 무장을 하고 서로를 대하기 때문에 속에 있는 생각은 각자 다르다. 그리고 그건 얻어내고 싶고 원하는 게 있는 걸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인간관계를 함부로 맺지 않는다. 각자의 의도가 있고 그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적절하게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서 관계를 맺는다. 얻을 게 있는 사람한테 붙는 것이다. 물질성이 가득하고 인간적인 정이 사라져가는 요즘이라 사회적 자아만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내면의 진심 혹은 진실은 꽁꽁 숨겨놓고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회이기에 더욱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고, 사회적 자아가 잘못 행동하지 않게 상황인지력과 사회성을 습득하는 게 필요하다. 어느 정도 눈치로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인지력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걸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본심은 숨기고 겉으로 잘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외면 아래로 모두에게는 심연이 있다. 아주 깊은 부분, 사회적으로 절대 들켜서는 안되는 암흑의 공간을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다. 그런 본심을 쉽게 들키는 사람은 도태당하고 만다. 모든 걸 읽히는 순간 이 사회에서는 지고 들어간다.
적절한 예의와 상황에 적합한 행동은 인간의 본심을 세련되게 감춰주고 사회적으로 인간성이 파괴당하지 않게 도와준다. 예절 교육을 받는 것도, 어른들이 아이에게 충고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즉 사람 구실을 하는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해서이다. 그게 비록 본성에 맞지 않을지라도 가르치고 교육해서 서로에게 피해를 안 주는 인간으로 길러내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잘 습득한 인간은 전반적으로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있거나 좋은 인품으로 인정받기 쉬워진다.
이렇게 사회화된 인간을 키워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항상 이런 사회에서 어느 곳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였다. 진실이 아닌 세상, 진심이 아닌 마음들 틈에서 나는 방랑하고 외로워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사회화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한 사람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 멋지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나의 서툰 표현과 인간성으로 인해 어려울 것 같다.
만화책을 읽으러 간 카페에서 피곤해져 쉬려다가 벽에 머리를 쾅 부딪치고 다시 일어나는 나에게, 꽁트야? 하고 웃는 사람. 베개를 대서 눕고 불편하다고 말을 한 뒤에 눈을 떠 보니 아주 사랑스럽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 그 눈길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미소가 어려 있는 흐뭇한 표정, 내가 왜 라고 묻자 내 여자친구 쳐다보는데 왜 라고 반문하는 사람.
나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 나의 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나의 깊은 고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것들. 갈등, 그리고 치유. 나의 사람은 묵묵히 들어주고 사실적인 표현만 하며 답을 해주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어떠한 공감과 위로보다 잔잔하고 단단한 그의 말들, 나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이해받았다. 나의 말이 왜곡없이 전달되고 사실적으로 짚어지고, 조언을 받으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느새 고민들도 해결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화하며 사라질 정도로,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자는 열망만이 자리잡았다. 나를 항상 억누르고 있던 암흑같던 구름이 걷힌 것처럼, 나는 이해받고 위로받고 사랑받았다. 결국 나의 존재가 의미있게 여겨지면서 불완전하던 어떤 나의 부분들이, 더 완전해지고 싶다는 좋은 마음으로 채워졌다.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더 이상 나를 억누르던 과거가 아니라, 그것에서 놓여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하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아주 힘차고 강하게, 나의 모든 능력을 써서 나아가겠다고 그런 다짐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불안하지 않고 내 모든 걸 집중해서 도전해도 잘 될 것이라는 희망마저 나를 비추었다. 그렇게 나는 응원받고, 지지받았다. 그가 한 것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을 해주고, 그리고 사실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것 뿐인데도 나는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진심이라는 건 이렇게 힘이 강하고 다정하고 전달되는 순간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인가 보다. 아주 따뜻한 진심.
내가 부족해서 어떡하지? 걸어가는 길에 이렇게 묻자 더 열심히 하라고 했다. 내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 아니야 너는 부족하지 않아, 완벽해라는 위로도 존재하지 않냐고 묻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실을 짚어주었다. 그 말이 내가 상상해보았던 완벽하다는 말보다도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된다고, 내 모든 길을 지지해주고 비춰주고 응원해주는 사람, 참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