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낯가림
여동생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른 고양이들은 막 안기기도 하던데~!!”
우리 고양이 이월이는 낯가림이 심하다. 2-3년을 같이 산 가족들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 자기 마음대로 밥을 주는 남동생을 유일한 주인으로 정한 건지 남동생에게만 애교도 부리고 귀여운 척을 해댄다. 우리한테는 아직도 새초롬하게 굴고, 만져볼려고 하면 발톱을 세우고 아주 가끔 기분 좋을 때만 (주로 남동생이 옆에 있을 때) 만지게 해 준다.
여동생은 SNS에서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안기고 누워있고 편하게 있는 고양이들을 보나보다. 그런 고양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이월이는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서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 표현도 하는 것 같은데 실은 다른 마음이다.
이 세상 어떤 고양이들보다 이월이가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밖에서 고양이를 보면 이월이 때문에, 이월이를 닮았네 하며 눈길이 더 가고, 저 아이들은 얼마나 춥고 배고플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이월이가 제일이고, 새침하고 자기 마음대로만 구는 이월이가 가장 예쁘다. 이월이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깔끔하고 큰 말썽은 피우지 않고, 기분 좋으면 총총 걷고, 더 기분 좋으면 아주 높은 책장 위로 뛰어올라간다든지. 파바박 뛰면서 흥분을 표현하기도 하고, 몸을 뒤집고 바닥에서 자기 몸을 핥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도 표현한다.
그런 이월이가 사랑스러워서 경계심을 낮추고 안기기도 하고 편안하게 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여동생도 그런 말을 해보지만 실제로는 이월이가 너무 귀여워서 하는 소리이다.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인데 잘 안기는 고양이가 더 예뻐서가 아니라, 우리 이월이가 가장 예쁜데 너도 좀 따라해봐, 이 녀석아 하면서 이월이한테 한 마디라도 더 장난을 할 뿐인 것이다. 이월이가 말을 들어도 듣지 않아도 사랑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른 고양이가 조금도 부럽지 않다. 이월이만의 이 경계심이 이월이만의 것이라서 중요한 것이다. 정말 좋아하니까, 너도 다른 고양이 좀 따라해봐 라는 말도 쉽게 할 수 있는가보다. 어차피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그런 말을 해도 괘념치 않을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남동생은 가끔 이월이를 “멍청한 녀석.”이라고 부른다. 생각이 모두 읽히는 게 하찮아서다. 여기서 멍청하다는 건 절대 나쁜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네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가장 사랑스러워란 뜻이다. 어리숙하고 귀여워서 자꾸 눈길이 가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우고 모든 일을 책임있게 하면서 그렇게 이월이를 가장 아끼면서, 이월이에게 그렇게 부른다.
우리는 이월이보고 타박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하지만 실은 너무 귀엽다는 걸 다르게 표현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