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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by 김바다

어릴 적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본 적이 있었다. 학교에 친구가 폴라로이드를 가져와서 몇 명만 찍어준다고 했다. 나는 찍히지 못해 사진을 받은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보다 어릴 때는 친구랑 쇼핑몰에 구경을 갔을 때 전시되어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보게 되었다. 카메라보다는 장난감처럼 생겨서 신기했다. 친구가 이건 찍기만 하면 바로 사진이 나온다고 했다. 나는 놀라서 어떤 원리냐고 캐물었다. 믿기지 않아서였다. 친구는 폴라로이드를 모르냐고 했고, 나는 그렇게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신기하던 폴라로이드, 일본 여행 가서도 비싸서 구경만 하고 내려놓은 폴라로이드가 내 것이 될 줄 몰랐다. 당근마켓으로 25만원 짜리 고장난 컴퓨터를 사고 분노해서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몇 년간 들어가지 않다가 심심해서 다시 구경해 본 날, 6만원 짜리 하늘색 폴라로이드를 발견했다. 믿기지 않는 가격이었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한밤중에 거래를 하고 돌아오며 설마 고장난 제품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필름을 사서 찍어봤는데 아주 선명하고 예쁘게 사진이 나왔다. 그렇게 폴라로이드는 내 보물이 되었다.

내 책상 위에 두고 특별한 마음이 들 때 가지고 나간다. 좋은 장면을 담고 싶을 때 사용한다. 비싼 필름은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싶단 생각이 떠오르다가도 내 스마트폰과 폴라로이드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여러개 가질 필요는 없다. 아날로그를 남기고 싶으면 폴라로이드, 빠르게 간직하고 싶으면 스마트폰이면 된다. 그래 나는 그렇게 충분히 많은 카메라를 갖고 있다.

그래도 그래도, 쉬이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아주 작고 예쁜 디지털 카메라가 하나 갖고 싶다. 추억을 더 예쁘게 남기고 싶다.

결국 나는 출근길을 틀어서 남대문 효성 카메라로 향했고, 몇 개 안내받지도 않고 바로 눈에 들어온 후지필름 카메라를 결제했다. 메모리 카드도 64g로 넉넉하게 구매했다. 후지필름 카메라를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걸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브랜드를 말하지 않았는데 일하시는 분이 골라주신 게 후지필름이라서 신기했다. 작고 들고다니기 편한 걸 말씀드렸는데, 처음에는 너무 작고 디자인도 예쁘지 않은 걸 보여주셨다가, 진열된 카메라를 가리키며 좀 더 크고 이런 모양도 좋아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마음에 딱 드는 걸 골라주셨다. 예산을 초과하기는 하지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카메라였다. 항상 들고다니며 사진 찍기 좋을 것 같았고 세피아나 흑백 필터도 가능해서 더 좋았다.

내가 구매한 건 xf10이었는데 좀 더 찾아보니 출고가는 50만원 정도였는데 단종되고 몇 년 지난 지금 갑자기 가격이 두 배로 뛰어서 나는 95만원에 구매했다. 메모리 카드는 3만원 5천원인데 5천원 빼주셨다. 너무 마음에 들고 사진도 찍어보니 원하는 대로 잘 찍힌다. 똑딱이 카메라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렇게 사용하기 편리한 게 훨씬 좋다. 딱 내 카메라다! 너무 기쁘다.

후지필름 폴라로이드와 후지필름 디지털 카메라, 너무 마음에 든다.


새로 산 후지필름 xf10으로 찍은 우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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