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10분, 사유> 생각 연습장
봄비 제대로 오는 날.
이런 날은 눈에 보이는 [와이퍼]로 10분 사유를 해봐야겠다.
- 비가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눈에 거슬리므로 와이퍼를 작동한다
- 나는 웬만하면 약한 빗방울도 바로바로 씻겨나가는 걸 좋아한다.
- 난시가 있기 때문에 눈앞이 뿌옇게 되는 건 신경에 거슬려서 그렇다
- 와이퍼가 움직이면서 삑- 삑- 잡음이 들린다.
- 교체시기가 어느새 지났나?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지...
- 주유소에 들르면 교체 서비스를 받아야겠구나. 하지만 오늘은 패스
- 초등생 아들이 등굣길에 묻는다. '왜 한쪽 유리창은 덜 닦여요?'
- 어... 그렇지. 잊고 있었는데 보조석 쪽 유리창 끝부분은 와이퍼가 닿지 않아서 운전석보다 조금 덜 닦인다
- 음.. 아마 와이퍼 각도 때문이 아닐까? 하고 대답한다.
- 와이퍼가 운전석 쪽을 더 많이 닦이도록 각도가 맞춰져서? 잘 모르겠다
- 겉보기엔 같은 속도로 유리창을 닦는 건데 미세하게 차이가 나고 어떤 한쪽에 더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 우리 삶에도 평등한 것 같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편향적인 구조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
- 와이퍼 모드를 켜면 꼭 INT (간헐적 모드)로 켤 것인가 Low (저속 모드)로 켤 것인가를 고민한다.
- 어느 정도의 빗방울일 때 간헐적으로 닦아주면 되는 것인지, 천천히 저속 모드로 일정하게 닦아주는 게 잘 닦이는 건지 그 기준을 못 잡는 것이다.
- 삶의 기준을 잡는다는 건 뭘까?
- 우리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해야 할 때
문제 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해결하거나 (간헐적 모드),
차근하게 문제를 미루지 않고 풀어가거나 (저속 모드),
문제 따위는 쌓일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밀어붙여 해결하는 (고속 모드)가 존재할지 모른다.
- 나는 과연 평소 간헐적, 저속, 고속... 어떤 모드로 맞춰져 있는 사람일까?
- 한 가지 모드로 고정된 삶보다는 비의 강수량에 따른 와이퍼 모드 전환처럼 내 삶도 그 상황에 맞는 행동으로 유연하게 바꿔주는 게 어떨까?
- 닳아버린 와이퍼처럼 뻑뻑거리는 마음은 미루지 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바꿔주는 건 어떨까?
- 유리창 빗방울처럼 바로 닦지 않으면 얼룩져 남아있게 되는 나의 감정들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