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뉴욕 본사를 다녀와서
왜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세계적 IT 기업 구글 뉴욕 본사를 방문해 보고 나서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기술인력 유입이 가장 많은 곳이 뉴욕인 반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인력 유출이 가장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본거지이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평가되는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도 탄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를 비롯해 물가, 집값 상승에 더해 잇따른 빅테크 기업의 인력 감축은 많은 이동을 하게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서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동부 뉴욕에도 대규모 사옥과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뉴욕 전략의 중심부는 맨해튼(Manhattan) 서부 첼시(Chelsea)에 위치해 있다. 구글은 뉴욕시 서쪽 허드슨 강변의 세인트존스 화물 터미널 빌딩까지 21억 달러에 매입해 뉴욕시에서만 총 8개 빌딩을 직접 소유 또는 임차하고 있으며, 2006년 입주해 현재 15,000여 명의 직원이 뉴욕 첼시 본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일대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서부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빅테크 구글은 뉴욕의 활력, 창의성,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를 뉴욕 진출 확대의 이유로 꼽았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글로벌 문화와 유행을 선도하는 대도시 뉴욕의 소비자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과 제품의 상용화를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다.
구글 뉴욕 첼시 본사 본관 건물은 15층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27만㎡((2.900,000sq ft)의 대지면적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넓고 뉴욕시 전체로도 4위에 해당하는 대형 사옥이다. 구글 뉴욕 본사는 맨해튼 서부 첼시(Chelsea)의 8, 9, 10번 세 에비뉴를 걸쳐 허드슨강까지 연결되며, 15번과 16번 스트리트 사이를 전부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동부 지역 본사로 통해 마치 뉴욕 맨해튼의 실리콘밸리를 보는 느낌이다.
구글은 일반인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으나, 구글 직원의 초대를 받으면 신분증 제시 후 직원과 동반입장이 가능하며, 반드시 내부에서는 동행해야 한다. 사무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사진 촬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가죽 장미 브로치를 모자와 옷, 팔에 장식하고 한껏 멋 내고 구글에 들어서자마자, 리셉션 데스크의 구글 직원이 너무 예쁘다며 어디서 살 수 있느냐 물어보았다. 기분 좋게 어깨를 펴고 안으로 들어갔다.
15층 구조의 구글 뉴욕 첼시 본사 건물은 오피스는 2층부터 15층까지 있으며 5,11, 13,14 층에 있는 식당은 최고급의 다양한 점심과 저녁식사, 차, 음료, 간식 등을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방문객인 나도 무료로 맛있는 점심과 커피, 간식을 즐길 수 있었다.
파이브 보로 비스트로'(Five Borough Bistro)라는 5층에 위치한 대형 구내식당은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 등 뉴욕의 5개 자치구(Borough)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각 나라의 퓨전 음식을 비롯, 다양한 음식 등이 제공되고 있다.
구글 뉴욕 첼시 본사의 90년 전인 1932년 화물 터미널(Union Inland Terminal #1)로 지어졌던 본관 건물에서는 예쁘게 꾸며 놓은 옛 화물터미널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화물터미널로 사용하던 길도 그대로 남아 있다. 리모델링하여 건물 내부에는 푹신한 소파와 의자, 아늑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라는 뉴욕의 특수한 문화 환경과도 조화를 이루어, 뉴욕 소재 작가들의 작품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갤러리에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당구대와 탁구대, 오락기 등을 비치한 대형 게임룸도 갖추어 게임룸에서 잠깐 여가를 즐기기도 하며, 레고룸에는 직원들이 만든 다양한 창의성이 보이는 레고 작품이 쌓여 있다. 헬스, 요가, 무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직원들이 즐겁게 출근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각종 업무에 적합한 작은 회의실과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협업하기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공유 업무공간은 마치 호텔의 라운지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고층부에는 미드타운 도심과 허드슨야드, 허드슨강 등 뉴욕의 대표적인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이 있다. 카페와 복도와 옥상 등에는 수만 개 이상의 다양한 식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빅테크라는 딱딱한 오피스 분위기를 자연 속 공간이 부드럽게 해 준다.
본관 14층에는 허드슨강과 다운타운 등 뉴욕시가 빙 둘러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의 야외테라스와 식당, 휴게실이 있는데, 직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구글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 책상보다는 곳곳에 펼쳐진 다양한 테마의 휴게 공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사무실 환경은 구글이 직원들을 위한 환경 제공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린 공간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의 창의력이 살아나고 일의 효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오픈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마주치며 대화하며 협업할 수 있으니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직장 아닐까.
그런데, 초대를 받아 방문한 작년, 공교롭게도 전 날 밤늦게 큰 사건이 있었다. 작년 5월 4일 오후 11시 반경,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31세의 구글 엔지니어가 바로 그곳 14층 야외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는데, 테라스 난간에서 손자국은 발견했지만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2월에는 뉴욕 본사 직원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자살해, 불과 몇 달 만에 두 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구글 직원의 잇따른 자살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한 직후에 발생해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자살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전체 계열사 직원은 약 20만 명이며,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 2천 명을 해고했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정리해고가 그들을 힘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구글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미팅 등 스케줄에 맞춰 주 3일은 출근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직급이 오픈되지 않아, 같은 팀 내의 구성원과 자신의 매니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누구의 매니저인지 본인의 기준으로 상하 직원만 파악되는 구조이며, 직급 대신 서로 이름을 부른다. 휴가는 일년에 20일이 주어지며, 35일까지는 사용 안 하고 축적할 수 있다. 퇴사시에만 돈으로 환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꿈의 직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구글 뉴욕 본사 영상을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