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빌리티 Jan 05. 2024

'까까'는 해도 '엄마'는 아직 안 하는 우리 아이

말 느린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욕구 지연

아니, 까까! 라고 말을 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아직 안하는걸까???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인 0~5세 아이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어른에게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된다. 보통 부모의 손을 끌어당기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거나 원하는 것을 직접 가져와서 부모 손에 쥐어 주며 열어달라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늘어나지만 자신의 욕구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없는 말 느린 아이의 경우 떼쓰는 빈도 또한 높아지게 된다. 


아이가 말할 줄 아는 단어가 이제는 몇 가지 있지만 ‘엄마'라는 말을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엄마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엄마'라는 말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들은, 대부분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라는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말의 필요성, 즉 말 느린 아이에게 필요한 건 욕구 지연이다. 


아이가 때리고, 울고, 소리 지르며 떼를 쓸 때마다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종료시키려고 아이가 원하는 걸 즉각적으로 해결해 주었다면,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를 굳이 부르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기본값이 아이 안에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를 때리는 것과 같이 잘못된 표현 방식으로 엄마의 주의를 끌어왔다면, ‘엄마'라고 불러야 엄마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아이의 태도를 전환시켜 주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올바른 행동 혹은 추구하는 행동(‘엄마'라고 부르기)에 대해 긍정적인 강화를 제공하고 잘못된 행동(때리기)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부정적인 강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엄마'라고 불렀을 때 엄마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면 엄마가 큰 반응을 해주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자. ‘엄마!’라고 부르니 엄마의 주의를 바로 끌 수 있고, ‘엄마!’라고 부르니 맛있는 과자를 받고, ‘엄마’라고 했을 때 좋은 일이 생기네?라는 것을 아이가 몸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엄마를 때리는 행동과 같은 잘못된 행동은 무시하거나 무반응으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말 느린 아이 중, 큰 어려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경험이 많거나, 이미 모든 욕구가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충족되어 있던 아이라면 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아이의 눈빛만 봐도 엄마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미리 제공해 주진 않았는지 뒤돌아 보아야 한다. 이럴 땐 일상생활에서 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욕구를 조절하고 주변 환경을 조작하여 표현할 기회를 자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밥 먹을 때 항상 물을 마시는 아이라면 밥만 주고 물을 주지 않는 것이다. 빨대를 꽂아야만 마실 수 있는 주스라면, 빨대를 빼고 주스만 주고,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일부러 신겨보자. 과자를 줄 때면 봉지를 미리 다 뜯어서 주지 말고, 뜯지 않은 채 주면 된다. 아직 아이가 의미 없는 옹알이 단계에 있다면, 가장 초기에 발음하는 모음 (ㅁ, ㅂ, ㅃ, ㅇ) 위주로 소리 내기 쉬운 표현에서 시작하면 된다. ‘물 주세요'가 ‘무'가 될 수도 있고 ‘우유'가 ‘우'로 표현하며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아이가 무언가를 표현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을 함으로써 자신의 표현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서 작은 표현의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놀이할 때도 마찬가지다. 놀이는 아이가 주도하되, 놀이의 환경은 부모가 조작해야 한다. 장난감을 보관할 때도 속이 보이는 투명 지퍼백 혹은 투명 컨테이너 통 안에 정리해 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직 소근육 발달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장난감을 꺼내기 위해서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해, 이 또한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쉬운 방법이다. 아이와 함께 장난감 음식으로 놀 때도, 처음에 모든 걸 한꺼번에 다 주지 말고 한두 가지 종류의 음식을 꺼내놓고 시작해 보자. 아이가 더 원할 때 표현을 유도하며 ‘너무 배고파~ 더 먹고 싶어~” 라며 언어 자극을 한 번 더 제공해 보자. 만약 한두 번 하고 아이가 자리를 뜨거나, 계속 돌아다니며 다른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거나, 흥미를 빨리 잃는다면 공간에서 상호작용에 방해될 만한 환경적인 자극들을 조금 정리하고 다시 시도해 보자. 방해 요소들을 없애기가 어렵다면, 조금 더 정리된 다른 공간 혹은 더 좁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이도 언어치료 받아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