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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Apr 07. 2024

학교 이야기8

8. 봉사원(소제 掃除. 소지)     


교도소나 구치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방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교도소의 경우 출력(일을 하기 위해 공장이나 작업장으로 나가는 것)을 하지만 현장에 나가서도 문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보통은 한 사동에 열다섯 개의 방들이 있고 방 마다 열 명 정도의 재소자들이 있다. 대략 한 사동은 150명에서 180명 정도가 되는 샘이다. 이 사람들의 일을 돕는 사람들을 소지라고 불렀다. 보통은 한 사동에 두 명씩이다. 


이 소지가 일본어 소지에서 왔다고도 하고 청소의 옛 말인 소제가 변해서 생겼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답해주지 못했다. 내 첫 징역에서는 ‘소지’ 라고 부르다 두 번째 재소자가 되었을 때는 ‘봉사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공식 명칭은 ‘봉사원’ 이지만 대부분은 그냥 ‘봉사’ 라고 불렀다.     


이들은 각 사동에서 배식을 하거나 교도관들을 도와 잔 업무를 돕는 일을 했는데 봉사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중형 선고자나 최고수. 또한 죄명이 ‘사기’ 인 사람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다른 것은 다 이해가 가는데 사기 죄명인 사람이 봉사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설득력이 좀 떨어졌다.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로 교특(교통사고특례법) 이나 가벼운 폭력이나 위반 사항들로 들어 온 사람들이 봉사원을 하는데 봉사원들에게는 ‘특사’ 의 기회도 주어진다고 들었다. 그러기에 일이 힘들고 시달려도 참고 하는 것이라 했다. 봉사원들도 사동 밖으로는 갈 수 없었지만 그 사동 안에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복도식 아파트처럼 길게 늘어진 각 방들을 자유롭게 다니며 방 안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간단한 물건도 건네받아 전해 줄 수 있었다. 하루 세 번 배식을 빼고 봉사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신문 교환이나 도서 교환, 볼펜이나 바늘 전달, 영치품이나 구매품 전달이었다.   

  

지금은 볼펜도 구매가 가능하고 본인 소지가 가능해졌다지만 예전에는 편지를 쓰기 위해 볼펜이 필요하면 봉사원들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사용해야했다. 물론 사용이 끝나면 돌려주어야 하고. 바늘은 아직도 개인 소지가 불가능 하다고 들었다. 1번방에서 K 스포츠 신문을 보고 7번방에서 Y 스포츠 신문을 본다면 신문이 지급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신문을 돌려가면서 읽는데 이것 또한 봉사원들이 전달 받아 전달해 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운동 시간에 서로 인사를 하고 각 방에서 물건을 교환 할 때도 봉사원들의 손을 거쳐야 하는 한 일이였기에 봉사원들의 힘은 절대적이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친한 방은 한번만 불러도 가지만 미운 털이 박힌 방은 서너 번을 불러도 가지 않고 버틴다. ‘지금 바빠요’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었고 바쁜지 놀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없는 갇힌 사람들만 답답할 뿐.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봉사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또 한 번 봉사원들의 권한이 발휘 될 때가 배식 시간이다. 주방(교도소에서는 취사장이라고 한다)에서 180인 분의 음식을 전달 받아 각 방의 인원에 맞게 재 배분하는 것이 봉사원들이다 보니 고깃국이 나오거나 특식이 나오는 날은 봉사원들의 힘은 막강했다. 친한 방은 한 마리 더 줄 수도 있고 미운 방은 건더기를 빼고 국물만 줄 수 있었기에. 

    

이 봉사원들도 교도관의 업무 상태에 따라 근무 형태가 달라진다. 교도관이 원칙적이고 깐깐한 사람이면 봉사원들도 덩달아 원칙적이고 깐깐할 수밖에 없고 교도관이 나 몰라라하면 봉사원의 힘은 교도관 위에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모르쇠’ 교도관도 많이 있었다.     


교도소에는 많은 금지품들이 있다. 가장 먼저가 담배이고 고가의 옷이나 끈이 있는 운동화 등. 종류가 이루 말 할 수 없는데 이런 것들을 소지하고 있는 재소자들이 있었다. 그 물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한 이 물건들의 운반책은 출퇴근을 하는 교도관들 밖에는 할 사람이 없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사실이다. 여기 다 적기는 어렵지만 교도관들의 일탈이 교도소 재소자들의 비리의 온상이란 것만 알아 두었으면 한다. 물론 어느 교도관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교도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도관들도 많다.  

     

나도 정식 봉사원은 아니지만 봉사원이 접견(면회)를 가거나 의무실을 가게 되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종 종 불려 나가서 봉사원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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