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들여다보기>
▲ 1960년 미국 최초 대선 TV 토론 © AP Photo
내일(2024. 11. 05. 화요일, 미국 기준)이면, 지난 1월 미국 민주당 예비 경선(Democratic Primary)과 공화당 전당대회(Republican Caucus)를 시작으로 약 10개월간 진행된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의 대장정(大長程)이 막을 내린다.
젊은 시절, 미국의 다양한 문화도 접하고 영어 공부도 할 겸 가끔 미국문화원에 들러서 비디오나 주한미군방송(AFKN, American Forces Korea Network)을 시청하곤 했다. 아직 국내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기 전 AFKN을 통해 본 미국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은 당시에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조지아 전 주지사 지미 카터(Jimmy Carter)와 캘리포니아 주지사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맞붙은 제40대 미국 대선 TV 토론은, 미국 인구 226,545,805명 중 약 35.58%(80,600,000명)가 시청하여(출처: https://www.worldatlas.com)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실업문제, 사형제도, 세법 등 첨예한 이슈 등을 원고 및 자료 없이 각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현란한 언변의 상호 불꽃 튀는 토론 장면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미국 생활 중 우리 대학에서 주최한 대선 토론회 등 각종 선거철이면 접하는 후보들의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우리가 국내에서 경험했던 선거 형태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그들도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이나 특히 대중집회에서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상대 후보 비방도 하고 선동적인 언사로 표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처럼 불과 몇 주간의 초 단기 선거기간 동안 전통시장 먹방, 거리 소음 유세, 출퇴근길 거리 인사 풍경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하원 청문회, 위원회, 표결 절차 등에서 의원들의 논리 정연한 토론이나 진행과정을 보면, 몇몇 나라에서 경험하는 고성, 폭언, 몸싸움 등 비이성적 행태와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
역사의 부침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문명 또한 언제나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발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최근 국내외를 불문하고 일련의 정치현실과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면, 문명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다. 물론 선거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겠지만, 유권자에 대한 기본은 지키는 것이 후보자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관례적인 TV 토론마저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거부하여 유권자의 알 권리를 방해하거나, 감언이설로 당선된 후 자신을 선출한 유권자의 권익을 무시하며 본분을 망각하는 행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왔다. 부적합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한 결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 자신의 몫이므로, 유권자 스스로 각성하고 감시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겠다.
비판적 사고 능력(Critical Thinking Skills) 배양이 주 목적인 미국 하버드 법대의 소크라테스식 수업방식(Socratic Method)을 비롯하여, 미국 각급 학교는 질문과 답변, 토론을 병행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 그 결과인지, 매스컴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은 각각의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을 세련된 화법으로 자신 있게 인터뷰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러나 한때 바람직하게 생각해 왔던, 미국인들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문화 또한 주어진 상황, 이해관계 그리고 사람에 따라 여타 국가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체험하고 나니 매우 씁쓸한 기분이다. 우리 모두 국민을 위하는 유능한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거문화의 조성과 더불어 좀 더 성숙한 유권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