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mile, <Cutouts>를 듣고
Radiohead 시절의 Thom Yorke는 항상 인상을 팍 쓰고 다녔다. 그의 음악에는 항상 극도의 우울이 가미되어 있으며, 또 그는 항상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공허함을 위주로 노래하고 다녔었다. 그러나 The Smile에서의 Thom, 정확히는 2024년의 Thom은 굉장히 다르다. 항상 우울한 음악을 만들어오던 그가 신나고 리드미컬한, 또 궁극적으로 밝은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Cutouts>에서 Jonny Greenwood, Tom Skinner와 함께 슬픔보다 영광스러운 혼돈을 선사하는 길을 택한다.
Thom과 Jonny는 <A Moon Shaped Pool>과 동일선상에 놓일 만한 훌륭한 Radiohead의 새로운 음반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애써 작업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정제되기보단 나아가고 싶어 했으며, 이에 그들은 완벽한 앨범이 아니라 많은 앨범을 선보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에 Radiohead의 스핀오프 밴드 The Smile은 그들이 올해 2번째로 발매하는 정규 앨범, <Cutouts>를 발표한다. 본작은 <Wall Of Eyes>와 동일한 세션에서 제작되었으나, 그의 겉절이 앨범 정도로만 취급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작품이다.
<Cutouts>는 더 느슨하고 펑키해진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폭발적인 리프와 단단한 드럼 연주, 심지어는 동양 사이키델릭 음악에서 받은 영향까지를 보여주며 대담한 기악적 여정을 보여주며 관능적이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첫 곡 "Foreign Spies"의 Jonny가 2019년 쓴 클래식 트랙 "Horror Vacui"에서 영향을 받은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앨범은 몽환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후 "Colours Fly"에서는 확실한 동양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광기에 이른 재즈 연주를 보여주며 기세 있게 앨범을 이어나간다. 앨범의 주요 트랙 중 하나인 "Zero Sum"에서 Thom은 Jonny의 불협화음과도 같은 기타 리프 위에서 'Windows 95'와 같은 시대적 상징들을 언급하며 텅 빈 자신감 속에서 추락하는 현대 사회와 또 자신의 파국을 그려낸다.
<Cutouts>에서는 Radiohead 에라에서 남겨진 아이디어들 역시 찾아볼 수 있다. "Eyes & Mouth"의 리프는 Radiohead의 2016년 투어에서 선보였던 "Talk Show Host"의 끝에서 흘러나왔던 사운드와 동일하다. The Smile이 Radiohead의 오랜 퍼즐 조각들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Cutouts>는 그러한 과거의 잔재들로만 채워져 있는 작품은 아니다. Thom은 여전히 현시대의 불안을 가사 속에서 녹여낸다. "Foreign Spies"에서는 사회, 정치적 공포를 노래하고, "Zero Sum"에서는 후기 자본주의의 불안감을, "The Slip"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이들을 아름다운 사운드로 녹여내며, 풍부한 악기 사운드와 떨리는 감정선을 통해 이러한 절망들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Cutouts>에서는 <Wall Of Eyes>의 "Bending Hectic"에 비견될만한 장엄한 서사는 없고, 동시에 전작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악을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으며, "Tiptoe"와 같은 트랙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며 눈물을 자아낸다. 그들은 앞으로도 기대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연주하고 곡을 써 내려갈 것이며, Radiohead 시절에 가졌던 어떠한 부담감도 안지 않은 채 그 해방감과 정신을 음악으로 녹여낼 것이다. <Cutouts>로 그들이 확실하게 증명해낸 것이 있다면, The Smile은 Radiohead의 잔재가 아닌 — 그저 The Smile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