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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은유람중 May 26. 2024

2024 이시가키 유람기

Day 2: 타마토리 전망대, 히라쿠보 곶.


이시가키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공항으로 움직였다. 9시 반 항공편이라 7시 반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8시 반까지 공항에 도착했다. 왠지 모르게 새로운 곳에 간다는 생각에 오키나와에 도착할 때보다 더욱 설레었다. 아침일찍이라 국내선은 다소 한산했고, 간간히 매점에서 사람들이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있었다. 나도 규동을 시켜서 허기를 때웠다. 간장에 절인 소고기와 밥이 다였다만, 짭짤한 양념이 고기에 잘 배어있어서 좋은 밥반찬이 되었다.

다소 한산한 오키나와 국내선 터미널
구성이라고는 소고기뿐이지만, 간이 달달하고 짭조름하게 잘 배어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국내선을 타고 드디어… 멀고 먼 이시가키 섬에 도착하였다. 오키나와 섬에 올 때는 한국어가 꽤 간간이 들려오건만, 정말 한국어가 하나도 들리질 않았다. 하긴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누가 여기까지 오려나 싶었다. 나하 공항보다 한산한 이시가키 공항에 도착하니 진짜 '외딴섬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공항 밖을 나와보니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약간은 습하지만, 또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는 모르지만 이 섬이 좋아질 것 같았다.

멀고도 멀었던 이시가키 오는 길. 이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었다. 

공항에서 내려서 일단 리토 터미널 근처로 버스를 타고 갔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이시가키의 번화가는 이 '리토 터미널' 근처이다. 번화가라고 해봤자, 한국의 읍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인데, 그래도 여행지인지라 이자카야도 많고, 괜찮아 보이는 호텔들도 제법 있었다. 이시가키에 오게 되면 이시가키섬뿐만 아니라 주변의 작은 섬들도 많이 여행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리토터미널을 무조건 거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다른 곳으로 배를 타기도 좋고, 저녁에 가볍게 맥주 한 잔도 할 수 있으므로 이곳 근처를 숙소로 잡길 권한다.

앞으로 몇 번은 더 오게 될 '리토 터미널'. 파란 간판에 '안영관광'이라고 쓰여있다.

리토 터미널 안에 들어가면 여러 관광 사들도 있는데, 이번 여행에는 '안에이 칸코' (안영관광)의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였다. 안영관광의 여러 창구 중 맨 왼쪽을 보면 'Go share'라는 대여 전기스쿠터 서비스가 있었는데, 5박 6일을 여행하면서 정말 잘 이용하였다. 혼자 여행이다 보니 차를 빌리기에는 돈이 아깝고, 사람이 많지 않은 섬이라 버스를 타기엔 불편할 것 같았는데, 전기스쿠터를 이용하여 연료값도 들지 않고 하루 약 3500엔 정도로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Go share 충전소가 이시가키 섬 여기저기에 있어서 대여료만 내면 무한정 공짜로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행인 것은 오토바이 면허가 없음에도 한국 면허와 국제 면허증을 가져오면  2종 일반으로도 대여를 할 수가 있었다. 대만 옆에 있는 섬이라 그런지 중국어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직원 분도 있었다. (한국인에게 썩 도움 되는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6일간 이시가키 여행을 책임져준 고쉐어 전기스쿠터. 덕분에 정말 즐겁고 편하게 여행했다.

스쿠터를 타고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오늘은 섬을 크게 둘러보기로 하였다. 섬이 다소 길쭉해도 제주도의 1/6 밖에 안 되는 넓이다 보니 사실 작정하면 하루 안에 충분히 크게 돌 수도 있다. 오늘은 섬의 지형도 익히고, 사람들이 잘 안 가는 북부 쪽 포토스팟을 오늘 하루에 쭉 찍어야겠다 싶었다. 확실히 사람이 없는 섬이다 보니 정말 편하게 스쿠터를 운전할 수 있었다. 바람을 가르고, 들판을 보고, 바다를 보는 기분이 정말 날아갈 듯이 자유로웠다.


스쿠터를 타고 인적이 없는 곳을 달리다가 배가 고파져서 어느 식당에 들렀는데, 손님이 나뿐이었다. 베니이모 (자색고구마) 소바를 곱빼기로 하나 먹고, 자색고구마 스무디도 한잔 했다. 식당이 반쯤 밖과 개방되어 있어 앞에 들판도 보이고 저 멀리 바다도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벌써부터 이 여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던가.

열심히 스쿠터를 타고 달리다가 자색고구마 소바와 스무디로 요기를 하고 여유를 즐겼다.

 타마토리곶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 공항이 있는 섬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오토바이를 달렸다. 확실히 적도에 가까워서 그런지 다른 섬보다 맹그로브나 늪지대가 많은 것처럼 보였다. 약 1시간쯤 달렸을까? 섬의 동쪽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말 바다가 에메랄드 빛이라는 게 이런 뜻이구나 싶었다. 바다 안의 바닥이 저 멀리까지도 비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다가 갈라지듯이 색이 다른 경계면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아무래도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날씨만 좀 좋았더라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흐려서 사진이 좀 덜 예쁘게 찍힌다는 것이 아쉬웠다.

타마토리곶 전망대 올라가는 길. 5분 정도면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울창한 꽃, 나무, 산, 그리고 갈라지는 바다가 신비한 장관을 이룬다.
이시가키에서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하이비스커스

 하이비스커스 꽃이 만연한 길을 따라 다시 스쿠터를 타러 돌아왔다. 전기 스쿠터가 다른 것은 다 만족스러운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단다는 게 아쉬웠다. 못 탈 정도는 아니고, 3시간 정도를 타면 다시 충전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안내하는 아저씨는 40-50 키로는 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실상은 아슬아슬하게 40 정도를 타면 주변에 충전소가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 것 같다. 이시가키 섬에 충전소가 5,6개쯤 되는 것 같아서, 충전소 위치를 미리 알아보고 달릴 수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달리다 보니 정말 뜬금없는 시골에 충전소가 떡하니 있었다. 기름처럼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이라 금방 충전은 가능한 것이 좋았다.

정말 정말 뜬금없이 나타난 전기스쿠터 충전소. 물론 충전은 셀프.

 이시가키 북쪽은 사람이 많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해변가를 가도 사람이 정말 많아야 1,2 명 정도뿐이다. 기온은 흐려도 25도 이상은 되는지라 그럭저럭 해수욕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데, 이렇게 맑은 해변에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굉장히 이질감이 든다. 정말 프라이빗 비치처럼 해수욕을 즐길 수가 있다.

프라이빗 비치나 다름없는 이시가키 북쪽의 해변.

 해수욕을 하진 않고, 해변가를 좀 구경하다가, 이시가키섬 최북단인 히라쿠보곶까지 가보았다. 여기도 신기하게도 바닷물이 중간에 갈라지는 경계선이 있었는데, 우뚝 서있는 등대와, 바다에 있는 암초가 꽤 괜찮은 절경을 만들어냈다. 여기도 역시 날씨만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말을 길게 할 것 없이 경치가 멋진 곳이라 사진을 많이 첨부하려고 한다.

여기도 물이 갈라지는 경계가 있다. 저 멀리 망망대해뿐이라 정말 세상의 끝 같은 느낌.
히라쿠보곶의 등대. 이시가키 최북단이다.

 히라쿠보에서 다시 항구가 있는 남쪽으로 돌아가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계속 흐리더니만 드디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계속 맞으면서 스쿠터를 탈 수는 없을 것 같아, 길 옆 카페에 무작정 들어갔다. ‘본 보아’라는 곳이었다.

산장 같은 카페. 

 들어가 보니 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할머니 분이 혼자 운영하고 있었다. 안은 가정집처럼 아늑하였다. 보리차를 한 잔 하니, 주문한 오야꼬동이 나왔다. 오야꼬동 메인은 물론 닭고기와 계란이지만, 신선한 야채의 맛이 많이 났다. 버섯, 호박 등등 이 근방에서 신선하게 재배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갈한 맛이었다.

닭고기, 계란, 그리고 제철 야채들로 만든 오야꼬동.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배를 채우고 가려는데, 할머니에게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씀드렸다. 혹여 ’ 여기 한국분들이 온 적 있는지 ‘ 여쭤봤더니 온 적이 있다고 하신다. 이전부터 쌓여있던 방명록을 열심히 찾으시더니 한국인들이 남긴 흔적을 열심히 찾기 시작하셨다. 산더미 같은 방명록에서 한국어는 못 찾아냈지만, 할머니는 대만에서 온 손님들의 사진을 보면서 과거를 추억하기 시작하셨다. 한국어가 없다면 나라도 추가해야겠거니 싶어서 방명록을 적고 나왔다. 손수 테이프로 방명록을 붙이는 것을 보면서 뭔가 찡한 기분이 들었다.


 바이크를 타러 나가려니 주인 할머니가 안장이 젖었을까 수건을 들고 와서 안장을 닦아 주시고, 가는 길을 배웅해 주셨다. 왠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분이었다.


 그새 비는 그치고 오후 5시쯤 되어있었다. 사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도 좋으련만, 해가 지기 전에 뭐라도 하나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라스보트를 탈 수 있는 카비라만까지 오토바이를 달렸다. 그런데, 글라스보트 운영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아쉽지만 조용한 카비라만을 구경하고 다시 리토터미널이 있는 시내 쪽으로 돌아왔다.

인적이 사라진 카비라만. 여긴 나중에 다시 올 계획이다.

 저녁 7시쯤 되니 해가 이미 다 져있었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일본이면 그래도 초밥 한 번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스신츄‘라는 회전초밥집으로 갔다. 아주 맛없지도 않고, 아주 맛있지도 않은 평범한 회전초밥집이었다. 뭔가 초밥집 갈 때마다 느끼는데, 초밥은 좀 추운 지방에서 먹어야 맛있는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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