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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진 Dec 26. 2023

HE

수업

“He is to be pitied rather than disliked.”


수업을 듣다 보면 흥미로운 예문들이 있다. 위의 문장은 영어교육문법 수업 시간에 교재에서 본 문장이다. 비교급 표현이 다양한 문장 성분을 연결해 준다는 설명을 들었고, 위에선 rather than 이 be pitied와 be disliked를 연결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의미를 해석해 보면 “그는 미움을 받기보다 불쌍히 여겨져야 한다”라는 문장이다. 자세히 보면 미운 행동을 한 사람도 안타까운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교수님 설명에 나의 두 귀가 사로잡혔다. 수업은 이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얼른 메모장에 이 문장을 옮겨 적었다.


우리가 세운 ‘일반적이다’라는 기준과 다르게 조금 공격적이거나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는 데는 사실 내면에 감추고 싶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인 행동들은 이런 결함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엔 동정심보다 미운 마음이 더 먼저 더 쉽게 생긴다.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그 일이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과 그 상황이, 내 것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나도 한순간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고, 지금 내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사라질 수 있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행동의 주체가 내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다른 사람을 감히 쉽게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하고 실례가 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네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He 일 것만 같았던 문장의 주어가 어느 순간 I로 바뀔 수도 있다. 내가 미움받기보다 불쌍히 여겨지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해받고 싶을 것이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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