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미 immi Apr 13. 2024

첫 맥북을 사게 되는 과정

노트북 새로 장만할 때 심리Ⅰ맥북 처음 사본 티 날 때Ⅰ맥북 에어 후기

인생 첫 맥북을 샀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내 LG그램 노트북이 작년부터 서서히 제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줌미팅 중에 내 화면만 사라지거나, 인터넷이 종종 끊겼고, 지난달부터는 키보드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다이소에서 산 키보드(5천 원에 핑크색 가성비 최고)로 버텨왔다.


나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을 살 때와는 달리, 전자 기기에는 선뜻 지갑을 못 여는 편이다.


곰곰이 따져보니 횟수로 노트북을 8년이나 썼던 것을 알게 됐다. 당연하게 써오며 투덜거린 예전 노트북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얼른 새 걸 사서 퇴직 시켜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나도 업무에 로딩 없이 장비빨 덕이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노트북 탐색 단계: 그라데이션 대환장


본격적으로 유튜브와 네이버로 가성비 노트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어로는 '크리에이터 가성비 노트북', '디자인 초보 노트북', '영상 편집 가성비 노트북'을 주로 쳤는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유튜버 리뷰머신님의 영상들이었다. 간결한 설명과 정확한 전달력에 이끌렸고, 나는 표까지 그리며 생전 관심 없던 CPU, 램 기가, 내장/외장 그래픽 카드까지 체크했다. 그렇게 처음에 결정한 것은 HP 2023 라이젠 i5. 올해 1분기 판매량 탑 3에 들었고, 겸손했던 나의 예산(최대 100만 원) 내에(쿠팡가 약 74만 원, 윈도우 11 설치 포함) 속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리뷰 후기가 있었다. "성능도 좋고 훌륭한데 키보드가 빡빡해요".


흠.. 나는 글 쓰는 사람인데 어쩌지?..;; 이왕 바꾸는 거 다들 열광하는 맥북이 뭔지나 한번 알아볼까? 이렇게 나는 맥북 중고를 검색하게 된다. 맥북 종류가 여러 가지란 것도 알게 되고, 나의 예산에 프로는 어렵고 에어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다음 선택지는 'M1칩 vs M2칩' 그리고 '8gb 기본형 vs 16gb 업그레이드'였다. 폭풍 검색 결과, M1칩 성능이 구형이더라도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램 용량은 기본이면 될 것 같았다.


애정하는 당근 마켓에서 형성된 맥북 에어 M1칩 기본형의 가격대는 70만 원대(찍힘과 사용감 많은 경우)부터 90만 원 초반(최상급) 사이였고, 용량을 16으로 업그레이드하면 90만 원에서 110만 원 사이였다. 애플 케어(품질 보증) 가입 기간이 남아있는 채로 양도받을 수 있는 매물은 10~20프로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맥북 에어 새 거는 얼마일지 궁금해졌다. 최신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2년 전보다 가격대가 다소 내린 상태였고, 쿠팡에서 112만 원이면 새 제품 구매가 가능했다. 물론 애플 케어 약 23만 원은 별도지만, 새맥북을 100만 원 초반에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솔깃했다. 흔들렸다.




노트북 결정 단계: 최대 난제


그렇게 좁혀진 후보는 '윈도우 가성비 HP(70만 원 초반) vs 맥북 에어 중고(최대 90만) vs 맥북 에어 새 거(100만 원 초반)' 세 가지로 정리됐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단순했던 나의 선택지에서 고민거리가 늘어난 셈이었다.


윈도우 노트북만 줄곧 썼는데 맥 OS에 적응할 수 있을지, 그래도 이 참에 맥북으로 바꾸지 않으면 기기 변경 주기가 매우 긴 나는 영영 맥북을 경험해보지 못하는 건 아닐지 이상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면서도 중고 90만 원짜리 살 바에 새 거를 들여서 오래도록(혹은 영원히..) 잘 쓰면 더 이득 아닐까? 아니지 아니지 맥북을 중고로 사면 아이패드도 구형 중고로 하나 더 살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이 돈이면 **을' 굴레에 빠지게 된다.


.. 이렇게 까지 고민할 일이라고?...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러다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써온 노트북들은 모두 부모님, 친척 혹은 연인에게 선물을 받았었고, 노트북을 스스로 사는 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맥북을 사고 싶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모든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는 맥북을 쓴다. 물론 프로나 아이맥이지만. 나는 디자인 작업을 전문으로 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디자인 툴을 가끔 이용하는 편이고 앞으로 그 빈도수는 더욱 늘 예정이다.

크리에이터와 유튜버는 대부분 맥북을 쓴다. 그래서 어딘가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맥북을 쓰면 내가 보다 세련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생길 것 같아서

나도 맥북이란 걸 한번 가져볼까 하는 막연한 욕심(이게 핵심)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만 좋은 걸 쓰려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나는 부모님 덕에 어렸을 때부터 좋은 피아노, 최신 노트북, 최신 휴대폰을 늘 가졌었는데, 가족들에게는 좋은 기기나 큰 선물을 해드렸던 적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선택의 시간: 난리 나쪄(태하 버전)


가성비를 생각하며 1-2주를 심사숙고한 것이 무색하게도 나는 맥북 에어 새 제품을 골랐다. 최종 결정이 가성비와는 가장 거리가 있는 선택이라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맥북 언박싱하던 순간


노트북이 도착했다. 쿠팡 로켓배송으로 전날 밤 23시에 주문(이라고 쓰고 질름)한 상품이 바로 다음날 아침 10시도 안 돼서 온 것이다.  


셀프 언박싱을 거행했다.

설레는 순간. 스페이스 그레이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나는 실버를 골랐다.
너무 귀여워서 소파에 앉혀본모습


설렘을 만끽하며 사진을 한참 찍고, 유튜브에서 봐둔 '맥북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라는 영상을 보며 설정을 익힌 다음 초기 불량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봤는데, 불량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내가 즐겨 듣는 Loo Piano 채널의 피아노 연주곡을 재생하면 울림소리와 함께 잡음이 꽤 크게 발생하는 것과, 맥 자가 테스트를 했을 때 전원 포트가 의심된다는 메시지가 뜬 것이다.


초반에 일찍 상담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홍대 애플 스토어를 예약하려고 보니, 반갑게 주말에도 가능했다. 나는 같은날 가능한 시간으로 바로 예약을 잡고 애플 스토어로 향했다.




홍대 애플 스토어

그동안 삼성, LG AS 센터만 가봤던 나는 네모 창구와 접수 번호 받는 곳을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스토어랑 AS 상담이 같은 커뮤널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라이프 스타일 호텔에서는 정형화되어 있는 프론트 데스크 대신에 로비 곳곳에서 자유롭게 체크인을 하듯이 말이다. 테크니션 분이 안내해 주시길, 스피커에 특화되어 있는 모델이 아니라 해당 증상을 고치려면 아쉽지만 다른 모델을 선택해야 하고, 포트 관련 메시지는 충전기가 연결되지 않아서 나왔던 메시지라 성능은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전문가의 진단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흑역사 두 개를 남겼는데, 하나는 맥북을 처음 받고 신나서 남겨둔 메모장이 열려 있어서(정확히는 사용법을 잘 몰라서 닫힌 줄 알았음) 그런 이불킥 노트를 테크니션분이 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가락 두 개로 트랙패드를 위아래로 밀면 페이지가 스크롤된다는 기본 사용법을 듣자마자 구석기시대에서 나온 사람처럼 물개 박수를 친 것이다.




맥북 에어 약 1주일 사용한 후기

첫날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스럽다.

1. 타이핑할 때 감이 좋아서 글을 쓸 때 즐겁다. 타다닥 타다닥 톡톡 같은 느낌이랄까.

2. 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화면의 색이 확실히 예쁘다.

3. 노트북 디자인 자체가 예뻐서 계속 옆에 두게 되고 작업을 많이 하게 된다.


애지중지하던 맥북에 기스가???

집 안에서 맥북을 옮길 때 들고 다닌다는 표현보다 안고 다닌다는 게 더 적합할 만큼 아끼고 있는데, 외관 애플 로고(거울처럼 반짝이는 부분)에 남은 지문을 무심결에 옷소매(면)로 비볐더니 흠집이 마구 났다. 침착해, 침착해. 다행히도 흠집이 아니었는지 안경닦이 천에 다이소 안경 클리너를 살짝 묻혀서 조금씩 지웠더니 원상 복구되었다.




애플 스토어에서 흑역사를 남기고 온 이불킥 메모와 함께 오늘의 글을 마친다.

안녕? 맥북. 처음 이용해 본다 하하하 자판 잘 되는지 테스트 중. 근데 키보드 타자감이 정말 좋구나. 앞으로 우리가 좋은 인연이 되어서 좋은 글 작품과 그림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어. 많이 도와줄래?


+맥북 고수님들! 쌩초보에게 알려주고 싶은 유용한 팁이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C) 2023. 임미 immi. All rights reserved.



#애플 #맥북 #고객여정 #고객여정매핑







작가의 이전글 입시 학원가의 무거운 공기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