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재룡 Mar 02. 2024

2024 02 23 SIN

- 기대와 몇 푼의 덕담

2024 02 23 SIN


덕담은 바라는 말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바라는 것, 기대다. 내가 하는 기대 중 일부가 그들의 마음에 닿아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그들이 SIN에 얹어준 기대만큼 나도 몇 푼의 기대를 더해본다.


훈기


2020년, 그가 걸음마를 떼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렇다고 20년생은 아니고 -동안이긴 하지만-  태풍이 온 날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났는데 젊어서인지 발가락만 부러지는데 그쳐 한 달 뒤 다시 목발 없이 걷게 되었다. 슬라보예 지젝에 따르면 얼간이, ‘Imbecile’의 어원은 분명치 않지만, becile의 부정으로 지팡이 없이 걷는 사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지팡이를 짚는 세상에서 지팡이가 없어도 걸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얼간이임에 틀림없다. 남들이 얼간이 같다고 하는 일에서 새로운 일은 시작된다. 살바도르 클럽, 첫 모임 이후 기술 창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대로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다시금 그가 걷는다, 지팡이 없이. 잠 못 자며 걸어 모임날을 헷갈리기도 한다. 모임에 아주 못 나오게 되어도 좋으니 얼른 그가 촐싹대며 20년도처럼 페달을 밟기를 바란다, 폭풍우 정도는 우습게 여기며.


006 훈기 - 필요 이상 후드티


지나


브레이브에서 주최한 창업 네트워크 행사에서 만나 살바도르 클럽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NFC 형식의 전자명함을 보여줘 깜짝 놀랐다.

브런치 <식부름 지나>에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 속 파편화 되어 있는 요소들이 녹고 다시 합쳐져, 완연한 자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달구는 가마 같은 존재다. 날이 갈수록 그 온도가 뜨거워짐을 느낀다. 그릇(인터뷰이)들이 더 단단하고, 탄성 있게, 아름다운 자태로 탈바꿈하는 공간으로서의 가마가 되기를 바란다.

005 지나 - 쥐에 대한 짧은 환상 긴팔


정빈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는가’의 전기수 모임 ESC에서 만났다.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로 여성 속옷 브랜드, 베리시를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나보다 겨우 한 살 많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가 구원자란 생뚱맞은 용어에 흥미를 느낀 덕분에 버거를 같이 먹으며 살바도르 클럽에 초대할 수 있었다.

갈수록 보이스가 전부라고 느낀다. 이때 보이스는 말 그대로 목소리일 수도 있고, 능동과 수동 같은 태일 수 있고, 말하는 이(화자의 위치이자 에토스) 자체를 가리킬 수 있다. 현장에서 메시지를 분별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메신저가 어떤 보이스를 지니는가, 또 그 보이스와 얼마나 어울리는가만을 가늠할 수 있는 것 같다.

정빈은 자신의 보이스에 안착한 사람. 자신에게 편안하게 직조된 옷을 입은 듯했다. 그런 편안함과 차분함의 전염이 좋았다.


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여이후능독_대학 1장 2절_

앎에 이른 이후에야 뜻을 정할 수 있고, 

뜻을 정한 이후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이후에야 얻을 수 있다.


몸과 정신, 옷이 편안해야 험한 길을 해치고 지날 수 있다. 체력이 다 닳을 때까지, 지금 맞는 옷이 잔뜩 해져서 못 입을 정도가 될 때까지 험한 여정을 즐겁게 무릅쓰면 좋겠다. 힘들지 않으면 배우는 것이 없다는 그의 신조처럼.


007 008 정빈 - 쥐에 대한 짧은 환상, 불면 후드티



005 쥐에 대한 짧은 환상 긴팔
006 필요 이상 후드티 네이비
006 필요 이상 후드티 네이비 뒷면
007 쥐에 대한 짧은 환상 후드티 오트밀
007 쥐에 대한 짧은 환상 후드티 오트밀 뒷면
008 불면 후드티 네이비
008 불면 후드티 네이비 뒷면


#004 #005 #006 #007 #008

작가의 이전글 가진 돈은 몽땅 써라, 이왕이면 산 사람과의 대화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