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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정작가 May 13. 2024

교사에 대한 편견은 오해를 낳는다

5월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상처받는 모든 선생님을 위해..

신임 교사가 무능하다는 편견

  한 고등학교에서 신규 남교사를 1학년 담임으로 배정하였다. 신규 발령을 받은 교사는 교장과 간담회를 할 때 너무 긴장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학급경영 방법과 수업지도 계획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든 업무를 실수 없이 처리하는 완벽주의자 교장에게 신임 교사는 몹시 불안해 보였다. 입학식 날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한다. 특히 ‘어떤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처럼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을 궁금해하며 큰 기대를 한다.

  “안녕하세요. 올해 신규 발령을 받은 과학 교사 임지훈입니다. 첫 학교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담임이 인사를 할 때 학생과 학부모 얼굴은 싸늘했다.      

  “고등학교가 얼마나 중요한데 신규교사를 담임으로 배정하나?”

  “학교 관리자들이 담임교사 배정을 너무 성의 없게 한 거 아니야?”

  “학교 선생님들이 담임하기 힘드니까 신규교사한테 미뤘구나!”

  “신규교사가 대학입시에 관해 알기는 할까?”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첫 수업 시간, 학생들은 배우려는 자세가 아니라 수업을 얼마나 잘하는지 감시자의 눈빛으로 교사를 보았다. 신규교사는 첫 수업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실수했다. 학생들은 역시 신규 선생님이라 수업을 못 한다며 부모에게 전달했고, 학부모들은 학교로 찾아와 신규교사를 담임으로 배정한 이유를 따지며 항의했다. 교장은 해당 교사를 불러 수업할 때 준비를 철저히 한 후 들어가라고 지도했다. 임지훈 선생은 교장에게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학생은 경험이 부족해서 열심히 공부해도 실수로 문제 하나씩 틀린다. 신규교사는 처음 수업에 실수하고, 경력이 많은 교사는 자신이 다 안다는 착각으로 실수한다. 학부모도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이 처음이라 걱정이 앞서 차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실수한다.


  보통 학기 초 학생들과 학부모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교직 경력 17년인 미술 교과 담당 정수진입니다. 고등학교 교사 경력 12년 정도, 중학교 교사 경력 5년 정도 됩니다. 저는 학교생활기록부도 매우 잘 쓴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지도한 아이들이 명문대에 많이 진학한 사실이 제 말을 증명해줍니다. 또 제가 주로 한 업무가 생활지도라서 아이들 학교생활을 전반적으로 잘 지도할 수 있으니 자녀의 고등학교 생활을 믿어주셔도 좋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올 한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대답한다. 이 상황에는 어떤 편견이 숨어있을까? 물론 신규교사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쓰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내가 인정받는 이유이기 도하다. 그런데 담임교사에게 과연 대학입시 정보, 수업 지도력, 생활지도 능력만 필요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임지훈 선생은 내가 수년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열정’이 가득한 교사다. 신규교사의 열정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임지훈 선생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무실에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열정이 가득하여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담임을 맡은 반 교실에 머문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학생 식당에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가끔 점심시간에는 남학생들과 축구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렇게 아이들과 친밀관계를 형성한 이후 학생들은 교사의 실수를 탓하지 않았다. 실수를 안 한 것은 아니다. 학생을 향한 열정과 사랑으로 작은 실수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또 임지훈 선생 반 교실에서는 학교 폭력도 없었다. 교사가 항상 교실에서 함께 있으니 학생들이 선생님 앞에서 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경력이 많은 나도 실수한다. 그러나 난 순발력으로 실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수습한다. 신규교사는 경험과 순발력은 부족하지만, 학생을 향한 열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임지훈 선생을 담임교사로 배정한 이유는 학교 졸업생이기 때문이었다. 모교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돌아온 훌륭한 사례이기에 본보기로 충분했다. 경험 부족을 보완하려고 경력 많은 교사를 짝꿍으로 배치하였다. 모르는 것은 짝꿍에게 질문하며 첫 담임 임무를 훌륭하게 해냈다. 학기 초 학생과 학부모의 신중하지 못한 편견과 민원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첫 교직 생활로 기억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 스승, 아버지는 동급이다.’라고 하였고, 제자거칠척 사영불가답(弟子去七尺 師影不可踏)이라 해서 ‘제자는 스승에게서 칠 척이나 떨어져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 문장 정말 옛말이 되었다. 스승의 은혜를 임금과 아버지의 은혜와 같이 보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편견과 오해로 교사의 사기를 꺾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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