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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행/바르셀로나] 신의 손길,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by Kyros YN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聖家庭 聖堂) 전경 © Javier Gallego






스위스에서 스페인 가는 길


알프스 산맥으로 이어져 있는 국가들이 산 중턱에서 산 위쪽까지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하는 것은 비슷하나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Italia) 주택양식은 조금씩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1010_115444-cp.png ▲ 스위스 전원, 목조 주택 © Kyros YN 2025


스위스 전원은 대부분 목조주택으로 특별한 장식 없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 3층으로 외형상 시멘트와 콘크리트 벽에 하양, 연노랑, 노랑 등의 단장을 하고 붉은색 지붕이 일반적이다.


20231015_135833-cp-4x3.png ▲ 프랑스 국경마을, 전원주택 © Kyros YN 2025


스페인(España)에 들어서니 주택 크기도 다양하고 건축양식은 섬세하고 화려해진다. 오렌지 빛과 붉은빛이 두드러지며 산등성이 보다 평지와 숲 속에 다채롭게 분포되어 있다. 차를 타고 지나는 중에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밝고 낭만적이다. 흥겨운 춤과 노래가 흐르는 마을 축제가 그려진다.


20231016_134045-cp-4x3.png ▲ 스페인 전원 풍경 © Kyros YN 2025


한편, 이탈리아 도로변에 일정 간격으로 수없이 설치된 ‘SOS’ 전화기는 프랑스에 들어와서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더니 스페인 도로를 달리는 중에는 겨우 한 두 대 정도씩 드문드문 보인다. 프랑스 남쪽을 지나 스페인에 가까워지면서 주변환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도로에 바짝 다가서며 자동차와 함께 달리던 산은 물러나고 저 멀리 드넓은 강, 광활한 숲과 경작지들이 전개된다. 달라진 자연경관이 여유롭고 평안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ília, 聖家庭 聖堂)


오늘은 바르셀로나(Barcelona)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ílica i 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을 방문한다. 이 성당은 1882년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Francisco de Paula del Villar)가 구상한 프로젝트이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 6. 25. ~ 1926. 6. 10.)가 설계하고 1883년 수석 건축가로 취임하여 1926년 6월 사망 시까지 건축이 계속되었다(출처: https://www.britannica.com).


성당 북동쪽에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탄생 파사드(Façana del Naixement)가 있고, 남서쪽에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묘사한 수난 파사드(Façana de la Passió)가 자리하고 있다. 남동쪽 정문은 영광의 파사드(Façana de la Glòria)로써, 인간이 신의 영광을 어떻게 기념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20231017_113629-cp.png ▲ 사그라다 파밀리아 ‘예수의 탄생’ 출입구 전경 © Kyros YN 2025


가우디는, 신고딕 양식(Neo-Gothic design)으로써 내부 보강재나 외부 지지대 없이 균형 있는 구조물을 설계했으며 시각적 상징주의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수많은 신비를 표현하고자 했다. 1926년 사망했을 당시에는 탄생 파사드, 종탑 하나, 그리고 지하 납골당이 완성된 상태였다(출처: 上同). 1930년대 후반 스페인 내전으로 공사가 중단된 후 그의 디자인과 모델 대부분이 소실되었지만,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공사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0년 11월 7일, 교황 베네딕토 16세(Pope Benedict XVI)는 미완성된 이 성당을 봉헌하고 소 바실리카(Minor Basilica)로 지정하였다(출처: 上同). 바실리카(Basilica)는 교황이 역사적, 영적 또는 건축적으로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 교회에 부여하는 칭호이다. 바르셀로나 르네상스(Renaixensa)의 종교적 상징이 된 이곳은 오전 9시~오후 8시(입장은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타워 포함 성인 입장료는 약 57,000원(€36)이다.


성당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와 토요일 오후 8시에 국제 미사(International Mass)가 거행되며, 참석 비용은 무료이지만 수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20231017_102602-cp-1.png ▲ 사그라다 파밀리아 미사 제단(Mass Altar) © Kyros YN 2025


우리가 경험한 유럽의 성당 중 가장 창의성이 돋보인다. 신비롭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정교하며, 장엄함이 느껴지는 예술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20231017_102757-cp-cp.png ▲ 사그라다 파밀리아 천장, 환상적 예술 작품 © Kyros YN 2025


남동쪽 영광의 파사드(Façana de la Glòria) 정문에는 ‘주의 기도(Lord’s Prayer)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가 50개 언어로 새겨져 있다. 하단의 정문 손잡이에 표시된 “A”와 “G”는 가우디의 머리글자(Initials)이다.


20231017_102021-cp-1-wd.png ▲ 안토니 가우디의 머리글자 “A... G”가 새겨진 영광의 성찬식 문 © Kyros YN 2025



20231017_102107-cp-1.png ▲ ‘주의 기도(Lord’s Prayer)’ 중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 Kyros YN 2025


성당의 출입문 중 '자선의 문'을 이루는 조형물이 특히 평화롭고 인상적이다. 베들레헴 동굴(Bethlehem grotto)을 닮은 이곳은 ‘예수의 탄생’과 초기 생애에 대한 스토리를 조각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수태 고지, 동방박사와 목자들의 경배, 그리스도의 계보, 천사들의 합창 장면이 대표적이다.


20231017_112640-cp-1.png ▲ 자선의 문, ‘예수의 탄생’과 초기 생애’ 조형물 © Kyros YN 2025



20231017_112655.jpg ▲ 자선의 문, ‘예수의 탄생(Nativity)’ © Kyros YN 2025


타워 투어(Tower Tour)는 바르셀로나의 동쪽을 조망할 수 있는 ‘예수의 탄생 탑(Tower on the Nativity Façade)’이나,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수난의 탑(Tower on the Passion Façade)’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서너 명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예수의 탄생’ 탑에 오른다. 탑 주변은 온통 공사가 한창이다. 달팽이 모양의 대리석 계단을 한 사람씩 내려가며, 창문으로 시내 풍경과 성당 조형물을 관람한다.


20231017_111826-cp.png ▲ ‘예수의 탄생’ 탑 내부 나선형 하강 계단 © Kyros YN 2025



20231017_110908-cp-1.png ▲ 성당 조형물 공사 중 © Kyros YN 2025


바르셀로나 도심은 계획도시로써 바둑판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탑에서 조망하는 도심은 여느 번잡한 유럽 도시와 비슷하고, 바닷가 호텔 등을 제외하면 스카이라인이 조화롭게 형성되어 있다.


20231017_110733-cp.png ▲ 타워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전경 © Kyros YN 2025


성당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자비의 정문 서쪽은, 스페인 내전으로 파괴된 출입문의 복원공사 일환으로 2015년 설치된 담쟁이 잎과 꽃송이로 장식된 거대한 청동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문(門)은 마리아와 요셉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한다.


20231017_105841-cp.png ▲ ‘예수의 탄생’ 정면 서쪽의 담쟁이 잎과 꽃 장식 청동문 © Kyros YN 2025


스페인과 한 몸이 된 가우디와 그의 작품들처럼, 각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앞에서 늘 동일한 생각을 한다. 한 천재가 남긴 작품을 멈추지 않고 완성해 가는 후세(後世)와 국가의 노력이, 세상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에 이처럼 독창적이고 난해한 작품을 설계한 천재는 물론, 그를 수용하고 인정한 국가와 자랑스럽게 이어가는 시민 모두가 위대하고 한없이 부럽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대체불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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