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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행/바르셀로나] 모자이크 원더랜드, 구엘 공원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by Kyros YN

▲ 구엘 공원(Parque Güell) 테라스 전경 © Alex






정말 감사합니다!

(Muchas, Muchísimas Gracias)!


자동차 여행 중 우리가 이용할 주차장은 안전 우선으로 신중하게 선별하고 위치 파악을 꼼꼼히 한 상태이다. 구엘 공원을 가기 위해 주차 예정인 주차장 입구에 다가서는데 길거리 가로등 사이에서 신호등처럼 커다란 전광판이 반짝거린다. “만차”! 자리가 없으니 돌아가란다. 절대 안될 일이다. 안전성을 갖추고 공원과 가까운, 반드시 이곳이어야 한다.


‘만차’ 표시가 된 주차 티켓 출력기 앞에서 무작정 버튼을 누르지만 티켓이 나올 리 없다. 되돌려 나갈 수도 없으니 Call 버튼을 누르자 기계 속에서 스페인어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무조건 영어로 대화를 계속한다.


“나는 지금 당장 주차를 해야만 한다.” 다행히 영어로 답이 나온다.

“자리가 없다.” “안된다.”

“지금 꼭 주차를 해야 한다.”


없는 자리 내놓으라는 우리도 난감하지만 기계 속의 직원도 마찬가지, 자기들끼리 다시 스페인어로 블라블라 ..... 도와달라는 우리가 안타까웠는지 갑자기 주차티켓이 튀어나온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기다리던 직원이 따라오라는 수신호로 우리 차를 안내한다.


20231017_140803-cp.png ▲ 도움을 준, 구엘 공원 주차장(Travessera de Dalt – Park Güell ) © Kyros YN 2025


직원을 따라가는데 빈자리는 없고 “주차금지” 팻말이 걸려있는 곳에 차를 세운다. 만국기 같은 커튼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유일한 자리다. 그곳에 주차하라고 안내한 직원은 그대로 자리를 뜬다.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에게 또 일어난다. “땡큐 소 머취!" 안도의 숨을 내쉰다.


현지인의 시선을 끄는 이방인의 차량번호판은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소매치기, 차 유리 파손, 도난사고 등을 경고하는 영사관 메시지가 날아드는 여행지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직원이 상주하는 지하주차장을 선택하는데 이곳에 주차가 불가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되던 참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없던 자리를 특별히 만들어 준 직원의 배려는 스페인을 기분 좋은 여행지로 추억하게 한다.


20231017_123626-cp.jpg ▲ 직원 전용 주차 공간 © Kyros YN 2025




구엘 공원(Parque Güell)


1900년 가우디(Antoni Gaudí, 1852. 06. 25.~1926. 06. 10.)는 유세비 구엘(Eusebi Güell)의 요청으로 구엘 공원(Parque Güell) 설계를 맡게 된다. 영국의 주거 공원을 재현하고 싶었던 구엘은 영어식으로 ‘구엘 공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출처: https://parkguell.barcelona/ca).


가우디는 올리브 나무 등 이미 부지에 있던 식물은 보존하고, 새로 도입할 때는 물을 적게 필요로 하는 지중해 식물을 선택했다. 또한 관개(灌漑) 및 저수 시스템을 설계하여 폭우로 인한 토사 침식방지와 주민의 식수공급에 활용하였다. 공원의 면적은 약 3만6천평(12헥타르)에 달한다.


이 공원은 구엘 상속인의 기부에 따라 1926년 바르셀로나 시립공원으로 개장 후,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출처: 上同). 미국과 유럽의 부호(富豪)들이 공익을 위해 막대한 자산(資産)을 기부할 수 있는 가치관은, 경험할 때마다 부러움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우디는 전례 없는 건축·구조 시스템, 방법론 그리고 상징주의로 가득 찬 양식을 창조하여 건축계의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浮上)하게 된다.


스크린샷 2025-06-15 062920.png ▲ 구엘 공원(Parque Güell) 안내도 © https://parkguell.barcelona/ca


주차장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에 구엘 공원의 서쪽 출입구와 매표소가 있다. 남쪽 정문과 동쪽 출입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공원 운영시간과 입장료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3월~10월은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30분 개장하며 성인 입장료는 약 2만7천원(€16~18)이다. 기념구역(Monumental Zone)은 유료이나, 나머지 일부 구역은 무료로 개방된다.


6ec8e61724306257d00655e37d322054-Park-Guell-AerialView-Blog-Banner-www.headout.com-cp-2-2x1.5.png ▲ 구엘 공원(Parque Güell) 전경 © AAA



포터 파빌리온(Pabellones de Portería)


정문이 있는 이곳에 공원의 건축 테마를 아우르는 인상적 외관(外觀)의 건물이 있다. 왼쪽 파빌리온에 관리인과 컨시어지(Concierge) 사무실, 오른쪽 카사 델 구르다(Casa del Guarda)에는 작은 역사박물관이 있다.


돌담은 세라믹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철문은 야자수 잎을 닮은 모양으로 단조롭게 만들어져 있다. 곡선과 화려한 트렌카디스 모자이크(Trencadís Mosaics, 타일 조각 이용)그리고 환상적인 지붕이 어우러져 동화 속마을로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20231017_134418-cp-1.jpg ▲ 구엘 공원(Parque Güell) 정문과 파빌리온 © Kyros YN 2025


공원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파빌리온의 전경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장면 중 하나로써,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지붕에 얹혀 있는 사탕 소용돌이 형태의 세라믹 버섯과 굴뚝은, 공원 건축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31017_133918-cp.png ▲ 공원 테라스에서 바라본 파빌리온 전경 © Kyros YN 2025



용의 계단(La Escalinata del Dragón)


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구역 중 하나로써, 용(El Drac)을 닮은 도롱뇽(Salamander) 조형물 덕분에 붙여진 계단 이름이다. 계단에는 세 개의 섹션이 있으며 고블린(Goblin), 뱀의 머리 등의 조형물과 가장자리를 따라 한때 공원 저수지와 연결되었던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하이포스타일 룸(Hypostyle Room)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카탈루냐의 정체성(Catalan Identity)과 신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20231017_133807-cp.png ▲ 구엘 공원(Parque Güell) 용의 계단 © Kyros YN 2025


계단 중간쯤에 공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인 생동감 넘치는 도롱뇽이 자리하고 있는데 용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제작된 이 도롱뇽은 불(Fire)과 회복력을 상징하며 공원과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포토 존의 하나이다. 수로를 돌아 나온 물은 도롱뇽의 입을 통해 실개울처럼 흘러내린다.


20231017_133756-cp-4x3.png ▲ 구엘 공원과 도시의 상징 동물, 용의 계단 도롱뇽 © Kyros YN 2025



그리스 극장(El Teatro Griego/Nature Square)


공원구역 중앙의 ‘자연 광장’은 아름다운 녹지 공간으로써, 원래 ‘그리스 극장’이라고 불렸던 넓은 야외 공연장으로 설계되었으며 주변 테라스가 원형 극장 좌석 역할을 하였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물결 모양의 벤치(Serpentine Bench, 사문석)는 화려한 트렌카디스 모자이크로 덮여 있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서 편안하다. 밝은 색채와 섬세한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벤치, 경험해 보려는 사람들로 벤치는 빈자리가 없다.


20231017_131429-cp.png ▲ ‘하이포스타일 룸’과 ‘그리스 극장’ 사문석 벤치 © Kyros YN 2025


광장 일부를 떠받치고 있는 하이포스타일 룸(La Sala Hipóstila) 상단의 메인 테라스는, 정문 파빌리온과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하는 최적지로써 수많은 사진으로 소개되는 유명 포토 존이다.


panoramic-view-barcelona-multiple-building-s-roofs-view-from-parc-guell-spain-frimufilms-4x3.png ▲ 공원 메인 테라스에서 조망하는 정문 파빌리온과 시내 전경 © Frimufilms



다주식(多柱式) 룸(La Sala Hipóstila)


용의 계단 위쪽에 있는 이곳은 원래 주거 커뮤니티를 위한 유개(有蓋) 시장 용도로 설계되었으나, 지금은 모임 공간으로 남아 있다. 86개의 도리스풍 플루티드 기둥(Doric-Inspired Fluted Columns)이 천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테라스 위의 빗물이 기둥을 통해 여과되어 지하 집수통에 모인다. 돔형 천장은 사계절과 달의 주기를 나타내는 메달리온(Medallion)을 비롯해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20231017_131700-cp.png ▲ ‘하이포스타일 룸’과 천장 모자이크 장식 © Kyros YN 2025



20231017_131640-cp.png ▲ ‘하이포스타일 룸’ 메달리온(Medallion) © Kyros YN 2025



세탁부의 현관(El Pórtico de la Lavandera)


그리스 극장 광장 서쪽의 이곳은 숲을 지나 자연석으로 만든 옹벽으로 이어져 있으며, 현관은 비스듬한 돌기둥으로 지탱되는 거대한 물결을 닮아서 언덕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관 기둥 중 하나에는 빨랫감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이 있는데, ‘세탁부’라는 명칭이 이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1017_132718-cp.png ▲ 세탁부의 현관과 돌기둥 회랑 © Kyros YN 2025



20231017_132507-cp.png ▲ 물결 모양의 자연석 옹벽과 돌기둥 © Kyros YN 2025


돌아오는 도로변에 위치한 ‘카사 밀라(Casa Milà)’와 ‘카사 바트요(Casa Batlló)’는 때마침 신호대기에 걸려 외형을 찬찬히 보게 된다. 건물 바로 앞 신호 등이 빨간불로 바뀌어 우리 차를 한동안 멈춰 서게 한 것도 여행자가 누리는 오늘의 행운이다.


화장하고 쾌적한 날씨 덕택으로 공원 도보 여행을 잘 마무리하고 호텔로 향하는 길에 수펴마켓에 들렀다. 바다와 인접한 지역답게 해산물이 다양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단감과 생밤도 쉽게 볼 수 있다. 신선하고 다채로운 과일이 넘쳐나는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국가의 낯익은 풍경이다.


스페인 감, 밤.png ▲ 우리에게 익숙한 단감과 생밤 © Kyros YN 2025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저물어 간다. 호텔 정원에 자리한 수영장 앞까지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파도가 철썩이며 달려든다. 우람한 야자수 사이로 광활한 바다가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다.


20231016_175509-cp.png ▲ 야외 풀장 앞 야자수와 발레아레스 해(Balearic Sea) © Kyros YN 2025


조금 지친 몸을 다시 추스르고 앞바다에 나가 산책을 하며 석양을 맞이하기로 한다. 한 여름이 지나간 바닷가는 고요하고 운치(韻致) 있어 좋다. 잔잔한 바다 위로 내려앉는 석양이 장엄하면서 평온하다. 여행하기 좋은 날 무탈하게 하루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일은 스페인 여정의 독특한 매력, 첫번째 파라도르(Parador)를 경험하게 된다. 고성에서의 하루를 기대하며 붉은 노을에 작별을 고한다.


20231018_081452-cp.png ▲ 발레아레스 해(Balearic Sea) 석양 © Kyros Y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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