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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Jan 31. 2024

당신은 잘 쉬고 있나요?

- 우리 사회의 여행에 대한 위로

 외국 여행을 가보면 한국인을 구별하기가 쉽다고 한다. 우리들 스스로 조차도 한국인과 비한국인을 너무도 잘 구분한다. 이는 외모의 차이보다 행동 패턴의 구별이다.

 예전에는 등산복 차림이나 셀카 찍는 사람들, 혹은 단체 패키지는 거의 한국인들로 인식되었지만 요즘에 한국인의 여행은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여행도 일처럼 분주하다.’

 꼭 패키지 여행이어서는 아니다. 대학생들의 자유여행도, 청춘들끼리의 배낭여행도, 아저씨 아줌마의 자유 여행도,  심지어 가족끼리 떠난 여행에서도 우리의 여행은 마치 기업이나 기관의 연수인 듯 유명한 포인트 혹은 핫 플레이스를 답사하듯 분주하게 찍고, 인증샷 남기고 이동하기 바쁘다.


 “살면서 언제 여길 또 오겠어”라는 말을 하며,

 마치 일하는 것 같은 여행을 한다. 단지 나이 든 사람들은 관광지를 가고, 청춘들은 블로그 맛집, 카페를 찾아다니는 차이만 있는 것 같다.



 일본의 도톤보리, 신주쿠 번화가는 가더라도 교토의 골목길이나 동네 작은 시장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다낭의 한시장 주변에는 한국인, 한국 간판, 한국말이 흔하지만, 호이안 골목에 아침 시장이나 안방비치에 파라솔에서 한나절을 누워 여유를 즐기는 한국인은 드물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여행도 짜여진 짧은 일정의 주어진 일처럼 해치우고 마무리한다. 마치 일하듯, 시험 공부하듯.


travel : 여행하다, 가다/ (장기) 여행, 여행기

tour : 관광, 시찰하다./ (짧은) 여행, 유람, 관광


우리는 이제껏 tour를 다니던 거였다.

여행(旅行): 나그네 여, 갈 행이다. 나그네처럼 돌아다니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여가시간에도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오래된 습성처럼 혹은 관습인 듯 캠핑을 가서도 빨리 텐트 치고, 불 피우고, 밥 해 먹고, 아이들에게 노트북으로 영화 틀어주고, 어른들은 또 불 피우고, 안주 만들고, 술도 먹고, 커피도 내리고…. 챙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예산 짜고 구입하고, 장보고…. 준비부터 돌아올 때까지 일이 아닌 것이 없다.

 십 년 전쯤인가 어떤 아저씨가 그런 분주한 나를 비웃듯이 차 타고 와서 트렁크에서 의자 하나 꺼내고, 집에서 내려온 커피 한잔 마시며 지는 노을만 감상하고 가벼웁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여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노중년의 아저씨 넷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OECD국가 중에 연간노동시간이 1위(1915시간)이다. 평균 1601시간, 가장 적은 독일이 1349시간이다. 맞벌이 비율도 최하위, 임시직 비율(28.3 ;정부공식)은 OECD 2위이다. 통계로 다 설명되지 않지만 유럽 주요국에 비해 우리는 약 3개월을 더 일하고 있고 고용은 안정적이지 않으며 경제적 여유도 적다.


 그래서 우리는 여가도 일처럼 하는 것이다. 유럽인들처럼 한 달 정도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여행자가 될 수 없다. 부지런하게 많이, 빨리 해치우지 않으면 도태되고 밀려나고, 눈치 먹는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회이다.

 한국인들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년을 하고 70이 넘은 나이에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 보다 노인이 되어 있다.(순수 개인적 의견임.) 이는 일하는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늙는 여유조차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연주가들의 기타 연주는 청춘을 회상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늙은 아저씨가, 아줌마가 이탈리아에 피렌체 뒷골목을 한가로이 거닐거나, 에펠탑이 보이는 강변에 앉아 여유로이 커피를 마시는, 베트남 길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쌀국수를 먹는, 해변가 아침 러닝을 하는 여유를 우리는 꿈꿀 수 없는 것일까?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시대를 위로해 본다.


24.1월 마지막 날에…로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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