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의 브런치에 대한 생각
어느 날 문득 내 구독자수와 내 라잇키수에 신경이 쓰이다가 더 나아가 댓글까지 신경 쓰이면서 내 글과 내 브런치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다.
난 왜 브런치를 하는가?
아주 오래전에 방송작가를 하던 동아리 후배가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는 이야기와 살아가는 상황들을 전하던 중에 물었다.
“ 선배는 글 안 써요?”
대학 동아리에 있던 낙서장에 글을 써 놓으면 늘 긍정적 반응과 내 글을 좋아했던 후배라서 여러 현실적 핑계를 대었지만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전화상으로도 알았다.
그러면서 물었다.
“브런치는 안 해요?”
“ 어~, 몇 년 전에 작가 신청했는데 안 됐어. 그래서 안 해~“
후배가 브런치를 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성의 없이 최소 기준에 맞춰(소개글도 몇 줄만 썼던) 보낸 글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몇 년 후에 나는 병휴직을 하고,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주도를 걷기 여행하고, 숲을 찾아 혼자 걸을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쓰고 싶은 글과 그리고 싶은 장면들이 내 안에 담기기 시작했다.
휴대폰 메모장에, 쓰기 앱에 써도 읽히지 않는 글과 서툴게 혼자 터득하며 그려진 그림들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혹은 먼지처럼 사라지거나 쌓여갈 뿐이라는 생각에이르면서 나는 브런치를 지원했다.
그날이 2023년 12월 27일이다.
거의 2년의 시간 동안 브런치는 내게 소소한(?) 의미가 되었고, 처음으로 쑥스러운 ‘작가’라는 호칭과 라이킷, 댓글이 달릴 때마다 신기하게 기분 좋음이 있었고
온라인상으로 공감하는 문우가 생기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지…
글도 읽지 않고 라이킷 누르기, 구독자 늘리기 위해 다른 구독 남발하기, 라이킷 품앗이, 댓글 품앗이 등의 행위가, 브런치의 구속(글 압박)이 자본주의적으로 느껴지고, 나조차 라이킷에, 댓글에, 구독자수에, 다른 작가와 비교에 집착하거나 혹은 오만한 글쓰기나 날림 글쓰기에 빠진 것은 아닌지….. 문득 되돌아본다.
“쉽게 쓰여진 글은 가벼이 사라지는 것”을 다시 되뇌어 본다.
-25.11.18.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