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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Feb 08. 2024

(연재) 코로나 시대, 여고 시대 (1)

-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내 생애 처음이면서 마지막(?)으로 여고의 담임이 되었다. 15년간 아마존 같은, 혹은 동물원 사파리 같은 남고에서 나름 심약했던 마음도 무뎌지고, 더불어 감정도 메말라가는 청춘이 한참 지난 남선생님을 아이들이 그렇게 응답해 줄 것이라고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내 무뎌진 가르침의 열정이 되살아 나기를 바라며 개학날을 기다렸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학교에 방학이 왜 있는지 알아요?”

 “아니요. 왜죠?”

 나 보다 선임이지만 어린 선생님이 벌써 교육의 이치를 깨달은 것일까.

 “ 개학하고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아이들이 싫어질 때쯤… 방학을 해요. 그리고 휴식을 좀 하면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고 가르치고 싶을 때쯤에 개학을 하죠. 그래서 한 학기가 가고, 1년이 가고, 3년이 갈 수 있는 거예요. 방학이 없으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버티지 못해요. 교사도 마찬가지고요.”


 언제부터인가 방학을 해도 좋기만 하고 아이들이 무서운(?) 나이가, 감정이, 시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꿈꾸고 싶었다. 그 옛날에 여고의 낭만을…


 개학이 미뤄지고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 한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난리는 계속되었다.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만들어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혼란속에서 녹화를 했다. 목소리와 펜만 출연시켰다. 얼굴 없는 교사가 되었다. 첫 만남을 사이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실 청소를 하고, 방역도 하고, 녹화도 하고 교실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만큼 준비를 하고, 그만큼 다시 생각해 보고, 그만큼의 시간 동안 학생을 그리워했다.


4월이 훌쩍 지나고 아이들이 왔다.

“여고는 원래 이런가?”

의문이 들었다. 귀가 멍먹할 정도로 시끄럽다. 살아있다.(ㅎㅎㅎ) 3년 동안 좀비 놀이하듯 살고 있는 남고에 비해 여고는 여고다.

“ 우와~!!!”


-24.2. 로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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