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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스시나 Jul 16. 2024

좋은 하루 보내세요

HAVE A GOOD DAY!


엄마는 외갓집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우리 세 자매를 데리고 가끔 택시를 탔다. 대신동에서 출발해 부산항 근처를 지나 대연동을 넘어... 해가 뉘엿 질 무렵 엄마랑 동생이랑 뒷좌석에 앉았으면 그렇게 나른할 수가 없었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꿀잠이 들기도 했다. 택시 룸미러에는 꼭 무언가가 매달려 나에게 최면을 걸듯 흔들흔들 시계추처럼 움직였다. 작은 장식품이거나 글귀가 담긴 행잉이었다. 주로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이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최근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는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바람인지 몰랐다. 매일 운전대를 잡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염원이었을 게다. 매일같이 공들이는 간절한 기도라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곁에 둔 부적 같은 것 아닐까.


카톡이나 메일 말미에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남긴다. 내가 남기는 이 인사는 '오늘 하루 정말 스펙터클하게 보내세요!'라기보다는 '무탈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뜻이 더 크다. 

오늘도 무사히. 그 정도면 감사하지 않나요?


Wool, cotton / Handcrated / Crochet, sewing 


그 옛날 택시 안에서 나와 함께 졸던 동생이 카톡을 보냈다. 이제는 조카 사랑이 넘치는 40을 넘긴 이모가 되었다. 동영상을 보냈는데 막 말을 시작하던 우리 집 꼬맹이다. (지금은 이 꼬맹이가 사춘기를 앞두고 있다.)

동영상 속의 꼬맹이는 변기에 앉아 배를 두드리면 쫑알거린다.

"엄마~, 밥~ 먹고 쉬~ 하고 잘 자면 건강하대요~!"   

맞다.

밥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건강한 삶이다.

그런 의미로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길!



빠른 속도에 뒤쳐졌다고 앞만 보고 서서 울고 있지 않기를.

천천히 걸어와도 된다.

경쟁에 밀려 나가떨어졌다고 갓길 풀숲에 넘어져 있지 않기를.

다른 길을 만들면 된다.

오늘 인정받지 못했다고 고개 숙여 실망하지 않기를.

스스로 인정하면 남이 인정해 주는 내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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