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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Jan 30. 2024

이거 잡탕이야?

집밥은 왜 잡탕?

 방학이라 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에게 부담없지만 영양가 있는 아침 메뉴를 주고 싶어 아침부터 (아니 저녁부터 재료 준비해 놓았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국과 밥으로 준비하면 너무 부담스러운 아침 식사라며 잘 안 먹는 아이들이라서 상큼하게 먹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다 준비한 '에그인헬'

 다양한 야채와 토마토와 달걀까지 들어가니 아침 식사로 참 좋겠다 싶었다. 브런치 식당에 가면 꽤 인기있는 메뉴이기에 집에서 가정식으로 해 주면 좋아하겠지 싶어 준비한 에그인헬

식탁에 앉은 아이들 표정이 안. 좋. 다.

'이게 뭐인가요? 아니 왜 아침부터 잡탕을.......'

'헐.. 잡탕이라니... 이름이 있는 음식이야. 에그앤힐... 먹어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이런.... 아이들 눈에는 잡탕으로 보이나 보다. 


자신의 앞 접시로 뜨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각자 몫의 계란쪽으로 덜어주며 따끈하게 구운 빵에 얹어 먹어보라 권한다.  억지로 떠 먹어 본 둘째 아이의 눈이 동글해진다. 

'아니, 이게 왜 이리 맛이 있는거야? 보기하고 다른데? 형도 먹어봐.'

'으으.... 이게...'

라며 첫째 아이도 마지 못해 덜어 먹어본다. 어이없이 웃는 첫째도 첫술 뒤에는 그릇을 싹 비운다. 


 참 '집밥'이라는 것이 그렇다. 정성껏 하는데도 모양새가 영 빛이 안 난다. 그릇 때문인지... 양념들 때문인지 빛깔도 모양도 식당의 비주얼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맛이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홀대받는 음식이 종종 있다. 


 나보다도 더 많이 집밥으로 우리를 키운 엄마의 음식들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음식은 '김치 콩나물국'이다. 멸치육수로 맛을 낸 '김치콩나물국'이 나는 정말 싫었다. 매끼 국을 끓이고 도시락도 싸던 그 시절에 단골 국메뉴로 등장하는 그 국이 나는 싫었다. 둥둥 떠 있는 콩나물 가닥과 김치의 묻은 고춧가루.. 희멀건한 김치들... 간혹 보이는 두부도 싫었다. 싫은 티를 내며 먹기 싫어하던 내가 참 철이 없었지만 그 때는 그랬다. 


성인이 되고 직장에서 나온 급식 메뉴 중 '김치콩나물국'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급식을 받아 국물을 떠 먹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끓여주던 '김치콩나물국' 그 맛 그대로였다. 시원하고 칼칼하니 감칠 맛나는 이 국이 왜 그리 싫었을까? 이제는 엄마가 끓여주는 그 국을 먹을 수가 없는데....


 매일 아침 엄마의 도마에 칼질 하는 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나곤 했다. 도시락 반찬과 아침밥을 준비하는 엄마의 칼질 소리는 참으로 경쾌했다. 나는 지금도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참 설레고 듣기 좋다. (소풍 날 아침 김밥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김밥 꼬다리를 집어 먹던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된다) 엄마가 되어 집밥을 해 보니 매 끼니 준비가 보통 일이 아니다. 일품요리로 준비하는 것도 힘든데 국과 밥과 반찬으로 매 끼니를 준비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사실... 상상도 잘 안 된다. 그나마 나는 아이들 도시락은 안 싸지만 삼남매 도시락 준비까지 1년 365일 밥을 준비했던 엄마는 매일이 시험인 학생과도 같았을 것 같다. 


오늘 아침 열심히 준비한 '에그인헬'을 보자 마자 

'이건 무슨 잡탕이야?'

라고 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의 '김치콩나물국'이 생각났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싫어하는 티는 분명히 났을 나. 그런 내가 생각서인지 아들에게 서운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대신

'먹어 봐~~. 먹어보면 깜짝 놀랄 걸? 나중에 생각날 걸~~~'

이라며 여유있게 대처했다. 정말 나중에 정말 나~~ 중에 내가 해 주었던 음식 맛을 어디선가 만났을 때 무척 생각날 것이다. '잡탕'이라 표현한 오늘 이 날이.....


'메모리 푸드' 또는 '컴포트 푸드'라 불리는 기억 속 음식이 한 두가지는 있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작가는 메모리 푸드의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엄마와 집 그리고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그 음식이 지친 일상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된다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에 남는 '집밥'이 되길 바라며.. 늘 다시 집밥 짓는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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