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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Jan 10. 2024

두 아들의 사춘기 그리고 나

축구와 수학 

 토요일 오전 둘째 아들은 8시에 축구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 8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 오전 축구 클럽 가는 날과 시간을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 빈속에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2시간 내내 달리며 진정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런 아들이 축구클럽에 안 간다 하는 날이 생겼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금요일 저녁시간에 일찍 자느라 수학 학원 과제를 못했기 때문이란다. 목요일에 '금요일 저녁시간에 하면 된다'며 숙제를 미루더니 금요일에 계획대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로서는 수학과제 하느라 축구클럽에 안 가는 것도 의아했고, 아침 8시에 일어나 과제한다며 책상에 앉는 모습도 낯설었다.

 ‘어쩐 일이냐 그러게 숙제부터 하지~' 등 잔소리를 하고 싶었느냐 꾹 참고 말없이 아침을 준비하며 식탁에 놓아주고 난 오전 시간에 예약한 일이 있어 아침 챙겨 먹고 가라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12시쯤 되었을까 둘째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 지금 수학학원 가요. 주어진 숙제는 다 했다노~'

  '어..어.. 고생했어'

  ' 안 풀리던 문제를 고민했더니 풀리더라고~~ 그래서 다 풀고 가요. 다녀올게요.~'

 안 풀리는 문제를 고민해서 풀고 간다는 아이가 낯설어 의외이면서 어쩐 일인가 싶었다. 주말에 수학학원 간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잘 다녀오라는 말고 함께 통화를 끝냈다. (아마 자신이 이렇게 토요일 오전 시간을 숙제하며 보냈음을 드러내고 더 칭찬받고 싶은 투덜거림이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전화 통화를 마치고 해 보았다. )  학원 수업 후 돌아오면 맛있는 거 사주며 칭찬해 주리라 마음먹고 아이를 기다렸다. 집에 돌아온 아이게게 

 '토요일 오전 축구를 안 가고 수학숙제를 다하고 간 OO이가 참 기특하고 훌륭하다~~'

 했더니 아이에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금요일 하고 목요일에 했어야 할 것 오늘 오전에 한 게 뭐가 훌륭해!!'

 '뭐라고??'

 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알고 있었어?'

'그럼 내가 바보야?'

 풋!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는 이렇게 자라는구나 어린 생각과 응석과 자기중심적 생각만 하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아이는 크고 있었다. 미리 하지 않았다 타박하지 않으려 애쓰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었는가? 느껴진 걸까?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기다림으로 그만큼 자란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다. 어느새 내 기다린 마음만큼 아이는 자라고 있었나 보다. 

'어이고 우리 아들 다 알고 있었네' 

라는 말 끝에 다시 투정하는 어리광 부리는 아들로 바로 변신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속에서 자라고 있을 어른 아이, 어른 아들을 위해 오늘도 투정과 어리광받아주는 엄마와 그리고 단호한 엄마 사이를 오가며, 불과 물의 온도를 왔다 갔다 하며 부모 노릇하기.....아이 엄마가 어른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노력해 보자 다짐해 본다.   

   ---- 바로 유튜브와 피파 게임을 왔다갔다 하며 오후 시간을 만끽하는 아들을 보며 다시 올라오는 잔소리를 누르며 아이가 어른으로 커가는 시간들을 함께 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뒤돌아하던 일을 마무리하려고 애쓴다... 

   ---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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