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배낭여행 갔던 스페인을 농사지으러 온 이야기
나에게 스페인은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나라였다. 20대 초반, 스페인 배낭여행에 대한 기억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여행이 너무 아쉬워서이기도 하다. 학생 때 한참 토마토에 관심을 가졌던 나는 토마토 축제를 연다는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언젠간 한 번 가보겠노라 다짐했는데 대학 졸업 마지막 학기를 앞둔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실행에 옮겼다. 저렴하게 예매한 비행기 티켓은 1월쯤 출국하는 표였다. 부랴부랴 여행 준비를 위해 몇 권의 책을 샀다. [론리플레닛-스페인] 이것은 그 시절 새로운 여행지를 위한 필수 안내서 같은 책이라 당연히 구매. 작가 김문정 님의 책 [스페인은 맛있다]에서 소개한 맛집을 몇 군데 찜해놓고, 생활회화를 위한 스페인어 기초회화책도 챙겨서 비행기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겨울에 도착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추워지는 날씨라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스페인 북부에 주로 머물면서,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부뇰(Buñol) 지역도 방문했다. 축제 기간이 아닌 때의 부뇰은 스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토마토 마른 자국이 거의 유일한 흔적이랄까. 머물고 있던 바르셀로나로 가는 버스도 많지 않아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초콜라떼 콘 츄로를 먹으며 추위를 견뎠던 기억이 난다.
스페인어도 할 줄 모르고, 책과 지도에 의지해서 했던 여행이라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길을 찾고, 사람들과 소통을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나는 몇 년 후, 내가 스페인에 여행 갔던 때와 비슷한 시점에 스페인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와 꼭 다시 스페인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다.
2023년 겨울, 그 약속이 성사되었다. 우리는 둘 다 퍼머컬쳐, 농사에 관심이 많고 생태커뮤티니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서 이번 여행은 커뮤니티와 퍼머컬쳐를 키워드로 여행하기로 했다. 최대한 따뜻한 쪽으로 가기로 해서 인아웃을 스페인 말라가로 했고 스페인 남부를 위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12월 초, 말라가 공항에서 밖으로 나갈 때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반팔을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가지고 온 한 겨울용 패딩이 짐으로 느껴질까 우려가 될 정도였다. 우리는 일단 말라가에서 며칠 묵으면서 느린 템포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