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에 대한 고찰 2
나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1화에서 말했듯이 모유수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고 갑자기 아기기 태어나서 모자동실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른채 시작을 했다. 보통의 임산부라면 내가 하지 않더라도 임신기간 동안 기본적인 정보는 찾아보기 마련인데 나는 임신기간에 입덧, 더위 먹음 등으로 모든 의욕을 잃어버려 내가 할 부분에 대해서도 겨우 봐놓은 수준이었다.
모자동실을 못해서 아쉬운 이유는 이렇다
첫째, 젖양이 아이랑 빨리 안 맞춰져서 고생함
둘째, 아이에게 굳이 분유를 먹여야할까 라는 의문
셋째, 아이의 니즈 파악이 어려워서 장기간 고생함
넷째, 엄마의 호르몬 안정
결론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굳이?'라는 거다.
만약 처음부터 모자동실을 했었더라면 훨씬 빠르게 적응해서 아이와 나 모두 정상화시키기가 편했을텐데, 길을 멀리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젖양이 아이랑 빨리 안 맞춰져서 고생함
젖양 맞추기는 출산을 하자마자 아이가 젖을 찾으면 찾는 대로 젖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물리는걸 계속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바로 젖을 물리면서 젖양과 내 젖꼭지를 적응시키는 게 먼저였던 것 같다. 아이도 나와서 바로 내 젖을 물어야 젖 빠는 본능이 더 잘 살아날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유방마사지는 거의 기본으로 하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젖을 물려주고 적응시켜 나가면 굳이 마사지가 필요 없다. 아이가 빨아주는 것 자체가 내 젖을 돌게 해 주는 시그널이고 젖을 먹어주는 행위로 자연스러운 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와 직접 해결해야 되는 문제를 이상하게 아이와 안 만나고 다른 데서 해결하는 모양 새였달까. 내 몸의 일부였던 아이니 당연히 이 아이는 나랑 맞춰진다는 믿음과 자연스러운 생각으로 마주하면 좋았을 걸 하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한다.
둘째, 아이에게 굳이 분유를 먹여야할까 라는 의문
아이에게는 확실히 모유가 더 맞춤형 음식인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단체카톡방이든 뭐든 정보를 들어보면 분유보다 모유가 돌발상황과 같은 변수의 발생이 현저히 적었다. 분유는 변비, 분수토 등 고민하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모유는 그런 고민글이 딱히 없었다. 물론 요즘 모유수유부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해서 내 주위 모유수유 엄마들을 봐도 고민은 엄마 자신에게 있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특별히 보지 못했다.
두알이의 경우 내가 젖이 너무 많이 나와서 급하게 목을 넘기거나 너무 많이 먹었을 때 분수토를 한 적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변비는 겪어보지 못했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강제로 아이와 분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젖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물리면서, 아무리 조금 나오는 젖이라도 엄마의 젖을 먼저 먹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도 어느 정도의 영양분은 보유했을 테고 엄마 젖 나올 때까지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는 엄마 젖밖에 먹을 게 없었을테니 말이다. 나중에는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
셋째, 아이의 니즈 파악이 어려워서 장기간 고생함
아이와 처음부터 함께하지 않으면(모자동실을 하지 않으면) 서로 적응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더 늘어난다. 출산 직전부터 나에게는 혼란의 시기가 있었는데 출산하고 정신없을 때 바로 아이와 함께했다면 앞서 말한 첫번째와 이후 말할 네번째 부분은 충족되면서 아주 빠르게 적응되었을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적응이라는 것은 아이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어릴적에는 아기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생명과 연관되어 있으니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보통의 경우에는 출산 후 병원, 조리원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작하려고 하니 나와 아이 모두 각자 멘붕이었다. 태어난 지 몇 주나 지나고 이미 다른 손에 익숙해진 아이와 다시 시작하려니 서로의 손길이나 행동에 놀라는 건 당연할지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모자동실을 하면서 아이를 관찰하고 젖도 줘보고 붙어있었다면 아이와 서로 금세 적응되었을 것이다.
넷째, 엄마의 호르몬 안정
나는 출산직전부터 몸이 많이 불편했었고 예민함이 점점 올라가면서 조리원을 나오고 피크를 찍었다. 출산 이후에는 특히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이 계속 있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아이를 다른데 맡겨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사람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출산과 함께 갑자기 떨어져 나간 아이와 함께 있어야 안정적인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산후도우미를 이용했다가 금방 취소를 여러번하고 남편과 단둘이 아이를 보면서 몸은 힘들지만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었고 아이와 나 사이에 다른 어떤 새로운 존재가 있는 게 본능적으로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당시에는 친정 엄마가 오셔도 불편했던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예민이 극에 달할 때까지 나 스스로를 케어하지 못해서 불편했던 것 같은데 아마 모자동실을 하면서 처음부터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면, 예민함이나 산우우울증이 더 빠르게 잡혔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빠르게 다녀왔었어야 했고... 원인을 몰라서(문제는 원인을 생각할 에너지도 없었음..) 대처가 굉장히 늦었다.
나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고 아이가 미숙아로 나와서 처음에는 아이 얼굴만 보고 병원 수유콜은 한 2일 뒤부터 받았다.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지금의 나라면,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지 문의했을 것 같다. 요즘은 모자동실 안하는 병원이 많은데 다음 출산은(?) 기필코 모자동실이 기본인 곳으로 가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