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초장에 잡는 산모의 멘탈관리 방법

모유수유에 대한 고찰 3

by 보문목화씨

초기에 나는 멘탈이 나가있었다. 처음 나간 건 출산 직전 양수가 터졌을 때부터다.


대략 시간순으로 감정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양수 터짐(당황) -> 출산직후(급격히 우울)
-> 조리원 이후(슬픔, 우울, 자신감 하락, 자괴감 etc..)
-> 150일 이후 슬슬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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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탈 정상화에는 다음 5가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첫째,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둘째, 남편의 높은 육아 및 가사 참여도

셋째, 보건소 상담센터

넷째, 육아동지 만들기(공동육아)

다섯째, 보건소 간호사 재택 방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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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산후우울증에 있어서 병원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경험해 보니 우울이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우울이 가장 심하던 때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이 쭈뼛 서면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서 너무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나 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몸에서 일어나는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편도체가 과각성된 상태여서 그렇다고 말씀해 주셨다. 신기하게도 약을 복용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황은 똑같은데 남편이 덜 미워 보이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차츰 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변한 건 아니었지만 처음과 나중을 생각하면 거의 완전한 변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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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남편의 높은 육아 및 가사 참여도


남편의 높은 육아 참여로 우울이 깊었던 시기에 어떻게든 병원을 다니면서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고, 높은 가사 참여로 그나마 있는 에너지를 공동 육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를 보면서 집안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잘 안 난다. 정확히는 내가 볼일 보러 가야 되는 시간에 못 간다. 남편도 나처럼 처음이라 아이 보는 것이 어려운데 그래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본다고 아이를 데리고 있어 주고 수면교육도 도맡아줘서 나는 병원도 가고 집에서도 단 몇 분이라도 아이와 분리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가사에 많은 부분을 맡아준 덕에 여분의 에너지를 가지고 사회적 교류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사회적 교류가 내 정신건강 회복 및 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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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보건소 상담센터


보건소 상담센터는 내가 육아 동지들을 만들기 전에 출구로 찾은 곳이다. 초기에는 우울이 강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내가 너무 슬퍼지는 부분들에 대해 신체적인 것 이외에도 상황적으로 확인해 볼 부분이 있어서 방문했다. 심각한 우울감은 내 몸의 질환이라 느껴져 약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너무 우울해지면서 떠오르는 생각 같은 것들은 상담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구에 무료로 도움을 주는 보건소 산하 상담 센터가 있어서 예약을 했고 약 한 달 반 뒤부터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8회에 추가로 5회를 더하여 총 13회로 마무리를 지었다. 약으로는 몸을 치료했고 상담으로는 그동안 이해가지 않았던 나의 의식, 무의식을 거슬러 올라가 정리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느 한 가지만 하지 않고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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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육아동지 만들기(공동육아)


육아동지는 당근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같은 구의 비슷한 아이 또래 엄마들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고, 어찌어찌하다가 그중 한 명과 이어져 동네에서 같이 첫 산책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엄마를 소개받기도 하고 동네에서 지나다니면서 스몰톡을 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여 현재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동네 엄마들 모임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이 맞을 때 카페나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같이 새로운 장소로 가서 함께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인 근황을 나눈다. 나에게는 성인과의 대화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다. 아이에게는 성인들의 일상 대화를 긴 시간 들려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확실히 1:1로 아이를 돌볼 때 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아이를 보는 상황이 조금 희석되면서 비교적 유연한 마음으로 육아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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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보건소 간호사 재택 방문 프로그램


보건소 간호사 방문은 가장 우울감이 심했을 때 이루어졌다. 간호사가 방문하기 전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데 나는 거의 모든 항목에 체크를 했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고 지속적인 방문이 필요해서 다달이 방문해 주셨다. 집에 오시면 나의 상태를 점검해 주시고 아이에 대한 것을 체크해 주시고 그때그때 필요한 발달 관련 정보들을 알려주셨다. 경황이 없는 나에게 전문인의 재택 방문은 정말 큰 도움이었다. 이외에도 내 상황에 어떤 게 도움이 될지 추천도 해주셨고, 상담을 받고 싶어서 여쭤봤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루트들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모든 방법을 초기에 했었더라면 아마 150일까지 가지 않았을 테고 단적으로 정신과 약만 일찍 복용했어도 심각한 우울증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널뛰는 감정들은 대략 한 달 안에 잡혔을 거라 생각된다. 둘째를 가지고 혹시라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순서대로 바로 실행해 볼 생각이다.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나 하나 살리기 위해 이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구나 싶다.

아~ 나를 통해 내 자녀와 남편까지 살린 거라고 봐야겠구나. 적어도 3명 이상은 살려주셨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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