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고정성에 대하여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식물들이 햇볕을 잔뜩 머금어 온통 찬란한 날들의 연속이다. 아마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요즘 같은 날씨에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 않을까? 조금 있으면 이제 드디어 싫다가도 좋고 좋다가도 싫은 여름이 오면 나는 다른 계절들에 비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흐물거리는 날이 많아진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올해 여름은 달랐다. 아직 선선했던 6월의 초입까지만 해도 끈을 느슨하게 쥐고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렸는데 한 차례 비가 내린 후 여름을 맞이하니 오히려 몸과 마음이 쌩쌩해지는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전보다 시야가 넓어진 게 느껴진다. 그러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공상과 생각에 빠진다. 어디로 흘러갈지 제안 두지 않고 떠오르는 것들을 잡았다가 다시 흘려보냈다가 반복하다 보면 그 속에서 자그마한 의문을 발견한다. 그 의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질문으로 또 다시 생각으로 그리고 새로움으로 바뀐다. 아주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벽이 깨지고 그 틈새로 새로운 것들이 흘러나와 함께 흐른다. 이게 맞다며 확신하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이게 맞겠지 생각하던 것들이 뒤집혀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게 되고 완전히 그게 아니었구나 깨닫기도 한다. 흐르고 뒤집히고 깨지고 다시 흐르기의 반복이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면 어느새 집이다. 그러면 어느새 비어있던 컵에 흘려보낸 것들이 가득 차 있다. 이걸로 또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오래도록 이 생각의 유영이 즐거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