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바다 한가운데에서 눈을 감은 한껏 편안한 표정으로 파도의 리듬을 타고 떠도는 모습이 떠오른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라면.
며칠 전 운동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배로 집중하며 운동하고 있었다. 10개의 복근 운동 중 9개를 끝내고 배가 터질 듯 당거올 때 문뜩 깨달았다. 내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어릴 때 겨우 키판으로 수영을 했던 내가 망망대해에서 키판도 튜브도 없는 채로 발이 닿지 않는 바닷속에서 유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 지난날들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짜증 났던 날들도 좋아하는 책과 만화를 읽어도 집중되지 않아 스트레스받던 날들. 그날들이 모두 내가 유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니.
한 번쯤은 다들 경험해 보셨을 거다. 내가 지쳤구나 내가 힘들구나 내 어딘가가 고장 났구나를 깨닫는 순간이. 그리하여 좁았던 시야가 확 트이며 저 멀리의 광경까지 보이는듯한 느낌을.
운동센터 선생님의 그 말을 좋아한다. 어떤 동작을 하다 의식이 멀리 빠져나가 계신 회원분에게 잠깐 여행 다녀오셨네요 하는 말.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위로가 되어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자각하지 못하는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아닐까 하고 어처구니없지만 낭만적인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 다시 뭍으로 돌아가자.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단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키판과 튜브를 챙기고 파도의 리듬이 눈으로 보이는 순간 다시 나는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유영하고 있다는 자각을 가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