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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Apr 29. 2024

나를 자식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my family

난 글 속에서가 아닌 생생한 고양이들 속에서 인생을 배웠다. 삶을 배우고, 연민을 배우고, 자비를 배웠다. 특히, 어미 고양이의 새끼를 향한 모성애와 헌신을 지켜보았다. 죽음까지...


생노변사, 희로애락이 인간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타의 다른 고양이에 대해서( 말랑이, 방울이, 절냥이들...) 주저리주저리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우리 고양이 신라에 대해서 만큼은 이야기를 아껴두고 있다.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나 혼자만 누리고픈 심정이랄까? 나만 가지고 있는 보석상자를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랄까? 

 눈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면서 나는 비로소 성숙한 어른으로 변해갔다.


신라는 올해 나이 15살 추정이다. 내 고양이만큼은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팔팔한 모습으로 뛰댕길 줄 알았는데,

점점 구토가 심해지고 사료를 잘 먹지 못한다. 머잖아 고양이 별로 떠난다면, 나는 신라에 대한 글을 영영 쓰지 못할 것 같다.


글쓰기를 멈추게 할 정도로 나를 사로잡았던 늙은 고양이에 대해

 새삼 다시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별이 되기 전에 생생한 기록으로 신라와의 추억을 남겨두고 싶다.

                       방황하는 시절의 고양이

<고양이축원을 하면 생기는 일>, <아뵤~나는 칼스마 고양이>, <고양이도 보호자가 필요해>, < 여왕 고양이 납시오>, <고양이 증명사진>의 주인공


 올 초에 하루 연차를 내고 신라의 건강검진을 위해, 보물처럼(스트레스받을까 봐 덮개 씌움) 모셔온 고양이를 꺼내자,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다. 집사들의 애정도를 보았을 때 분명 반질하고 매끈한 품종묘를 기를 것이라고 기대한 것 같았다.

남들 눈에는 아주 흔하게 마주치는 평범한 길고양이로 보이겠지만 우리는 끈끈한 가족이다. 언제나 나의 기도에 고양이 신라에 대한 축원이 포함되어있다. 작은 집사와 함께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게 올해의 목표이다.


생로병사가 어디 부처님 법에만 있겠는가?

바로 내 옆에서 생생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 아니겠는가?

이제 늙음에서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가는 나의 고양이 신라.


내가 신라를 바라보는 눈이 자식을 대하는 것 같다면,

신라 역시 나를 바라보는 눈이 엄마와 같다는 것을 어느 날 밤, 알았다.


꼭 내 어머니와 같은 인자하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나의 잠자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한결같이 나를 지켜보는 동그란 눈동자. 그  속에 내 고운 엄마가 있다. 아버지가 있다.

 내 손을 사랑스럽게 구르밍을 해주는 게 내 어머니의 손길과 꼭 닮았다.

어찌 이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랴.

목욕 직후 화난 신라(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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