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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아이 May 23. 2024

새로운 경로

지금껏 살면서 꼴등보다 ‘의지’ 없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러면서 일등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했다. 어려서부터 많은 공백을 받고 자라서 그랬는지 '혼자'라는 먹먹함을 일찍부터 훈련했다. 덕분에 삶이라는 것은 경험할수록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럴 때마다 내가 만들어가는 경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애를 써야 했다.


언제나 상황을 주도하려고 했다. 그럴수록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했지만 정작 중요한 말들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새 '독불장군'이 되어있었다. 때때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무겁게 짓눌러진 흔적들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맞든 틀렸든 나는 혼자 옳다고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 이정표 없는 길을 선택했다.

함께한 사람들에게는 이 길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다들 걱정하는 소리가 내 귀에 까지 들렸다.

결국 끝은 좋지 않았다. 내가 잘못 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헤매던 사이 시간과 돈도 함께 증발했다.

나는 '돌아갈 수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아내는 화를 내지 않았다.

충분히 값진 교훈이었으니 후회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놓치고 있던 게 무엇인지를 찾도록 해주었다.


그녀를 바라보면 나와 정 반대의 성분으로 구성된 사람이 분명하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발상 자체가 다르고 늘 즐거운 에너지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나는 하고 싶은 걸 꼭 하려고 하는 즉흥적인 사람인 반면에 그녀는 먼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만들어서 반드시 이루어내려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한다.


그리고 마치 삶의 중요한 변곡점들이 언제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이정표를 바라보며 차분히 생각하고 기다리다 때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녀에게는 ‘엄마’와 ‘아내’라는 안타까운 ‘현실의 벽‘이 가로막을 때가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며 쿨하게 지나친다. 그러고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에 집중한다.


그녀에게서 나오는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은 진중함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나의 행동에는 모순이 있다. 그렇게 느꼈다면 나의 행동도 달라졌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독불장군의 고집도 아니고 그냥 위선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새로운 경로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틀리지 않았음을 꼭 증명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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