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쓴삘 Oct 04. 2024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1초만에 출력됐다.

짧은 글 시리즈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손바닥보다 작은 라벨지로 1초 만에 인쇄되어 나왔고

대표님 지인으로부터 답례품 주문이 들어왔다. 

요즘 사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대표님의 넋두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이번을 계기로 답례품도 시작하면 월급 받는 마음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 열과 성을 다했다.  


답례품은 제작해 본 적이 없어 라벨 디자인 시안을 많이 찾아봤고, 익숙지 않은 디자인 툴로 여러 요소를 조합하고 편집해서 인쇄해 보기를 3시간.


그렇게 14가지 디자인 중 마음에 드는 2가지를 찾아 고객에게 보냈고, 10초 안에 하나가 채택이 됐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손바닥보다 작은 라벨지로 1초 만에 인쇄되어 나왔고 그걸로 평가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모를 거다, 그 시간들을.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라벨지는 1시간, 그다음은 10분이 걸리겠지. 


방송에서 종종 뮤지션들이 나와 그 희대의 히트곡은 단 10분 만에 만들어졌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타고난 천재도 있겠지만,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연습과 고민, 실전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 짧은 시간에 노래가 출력됐을 거다.   


내가 어릴 적, 집에서 매일 아침 신문을 받아보던 시절이었다.

방송 편성표 페이지 구석에 작은 박스로 매일 짧은 이야기가 하나씩 실렸는데, 내가 읽은 수많은 이야기 나이때까지 기억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한 유명한 화가가 벽화를 의뢰받아 거금의 계약금을 받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금을 받은 것 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벽화를 완성해 버렸다. 

물론,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결과물이었지만 의뢰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 화가에게 이렇게 쉽게 그려진 그림이라면 그 계약금이 너무 과하지 않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그 화가는, 


이건, 내 경험치가 있기에 가능한 거요.


새로운 도전은 경험치를 만들고, 점차 완벽한 결과로 이어진다. 

와..

라벨지 하나 인쇄하다 말고 이 짧은 글을 쓰는데 2시간도 넘게 걸렸다. 

나는 아직 경험치가 부족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