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시 블로거 도전
2025년이 밝았다. 벌써 5일이나 지났다. 그래도 아직 첫째 주이니, 뭐 새해나 다름없다. 회사 출근하니 근 한 달간 출근하고 있지 않다가 오랜만에 회사 사람들 얼굴을 마주치니, 아주 기분이 별로였다. 오랜만에 봐도 정말 반갑지 않은 회사 사람들. 그래도 회사에서 친한 25살짜리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근황 수다에 또 어디로 출장 갈지 이야기하니 기뻤다. 회사에 친구 한 명은 있어야, 그래도 좀 살만하다. 예전엔 뭔가 새해가 밝아오는 연말이면 한 해를 둘러보고, 내년 계획도 열정적으로 세웠는데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 계획을 백날 세워봤자 내 깜냥 부족으로 실패만 할 테니, 뭔가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만 대충 세우게 된다.
작년에 내 새로운 목표는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꼰대 같은 회사에서 어째 저째 1년은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2024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꾸준히 썼다고 하기엔 몇 달씩 쉬고 '삘' 받을 때나 갈겼다. 그래서 10개가 좀 넘는 글을 썼는데, 몇 개의 글은 브런치 메인으로 가면서 조회수가 몇 많이 나왔다. 브런치 시작이 인생을 크게 바꾸진 않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돈 안 받고, 자유의지로 글을 썼다. 사실 초반엔 이러다 나 브런치 작가 되는 거 아닌가 김칫국도 많이 마셨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고 출판할만한 하나의 주제로 쓰기보단 그냥 내 마음대로 아무 말 대잔치나 썼으니 안타깝게도 나는 작가가 되기엔 아직 너무 허접인듯하다. 기획력이 없달까.
하지만 브런치에 공개한 글에 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중엔 커피도 한 잔 했고, 인스타 디엠으로 응원의 말씀도 보내주셨고, 심지어 돈도 보내주셨다. 나는 내 글을 읽고, 자발적으로 '응원(돈)'을 보내주시는 독자분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내 글을 읽고 100원이라도 보내줄 만한 마음이 드셨다는 게 감사하고, 내 글이 어느 회사나 기관에서 요청한 주제가 아니라 내 마음을 갈겼는데 그 행동에 어떠한 보상이 나온다는 게 큰 감동이었다. 몇 십만 원의 원고료 받을 때도 좋지만, 내 일기 같은 글을 읽고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주신다는 게 신기했다. 11000원, 요새 커피에 디저트 하나면 끝날돈이지만 내 글에 누군가가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보내주신 게 감사한 한 해였다. 작년 내 브런치 도전은 사실 열심히 했다고 하기에는 성실하지도 않았고 큰 성과가 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넘게 돈 받고 글 쓰며 느꼈던 슬럼프도 꽤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 꼰대 회사에선 12월을 기준으로 서류상 10개월을 채웠으니, 올해 2월까지만 버티면 1년을 채운다. 어디서든 1년은 채워야 이직할 때 질문이 많지 않으니, 어찌어찌 참고 있다. 회사가 별로인 건 여전하고, 연봉도 짜고, 여러모로 별로다 보니 1년 채우고 나면 제발 가까운 동네에 좋은 이직처가 떠서 이직해 버리면 좋겠다. 난 언제쯤 일도 쉽고, 워라밸 좋고, 동료 좋고, 연봉 좋은 유니콘 회사에서 일해볼는지...
올해 2025년 목표로는 블로그 운영이다. 2010년쯤 티스토리를 열심히 운영하고 파워블로거도 했는데, 당시에 몇 년 하다가 체험단이나 여러 기회는 많았지만 크게 광고 수익이나 수익화가 되진 못했다. 대학도 다니고 있었고, 취업도 해야 했고, 여러 이유로 손 놓고 지냈다. 그리고 돈도 안 나오는 블로그 글을 쓰다 보니 짜증 나서 그만뒀다. 근데 요새 블로그는 수익화 키워드가 대세일정도로 체험단에 원고료까지 붙여주고, 티스토리엔 간단하게 수익화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더라. 그래서 올해는 여행이나 후기 블로그를 생성해서, 나도 월에 천 달러 정도 벌어보면 좋겠다. 목표란 김칫국이 겸상해야 한다. 엄청 큰 목표겠지만 올해 블로그를 운영해서 돈을 벌어보고 싶다.
이 외에 2025년은 뭐, 매년 똑같은 목표도 있다. 미국 직장에서 연금 저축인 401k, 의료비 저축 HSA, T-IRA 맥스로 저금하고, 월세 1년 치 미리미리 모으고, 8월부터 11월까지 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홍콩-태국 잘 다녀오는 거다. 올해 꼰대 회사에서 이직이 빨리 안되면, 7월 말에 장기 휴가 신청해 두거나 퇴사하고 갔다 오려 한다. 이미 예약은 끝났기 때문에, 회사 때문에 여행을 안 갈 수는 없지. 인생은 타이밍이라지만 생각보다 세상에서 바라보는 나의 가치는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원할 때 잘 풀릴지는 모르겠다. 꼰대회사에서 어찌어찌하다 보면 휴가까지 해서 2년 채울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 미국 회사에서 그래도 몇 년은 더 다녀야, 미국에서 연금 크레디트를 다 모을 텐데. 미국 회사에서 10년 이상은 근무를 해야 받을 수 있어서, 이제 겨우 1-2년만 더 채우면 끝난다.
작년엔 출장이 잦아서, 거의 매달 다녀왔다. 멕시코 2번, 엘 살바도르, 노스캐롤라이나, 뉴욕 출장을 다녀왔다. 올해도 연초부터 출장을 가니 마니 말이 많은데, 올해도 엘 살바도르, 멕시코부터 케냐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남미랑 아시아 지역을 열심히 순회할지 기대된다. 올해 블로그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다니면서 열심히 후기 글을 써야겠다. 올해 나름의 결산과 계획 글을 브런치에 박제해 뒀으니, 내년 이맘때쯤이면 이 글을 반추하며 뭔가 했는지 안 했는지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겠지? 내년에 운 좋게 블로그로 부자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나는 역시 열심히 안 하고 돈은 많이 받아서 누워서 뒹굴거리며 지내고 싶다. 30대 중반인데 내일 당장 은퇴하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의 소망사항이라면 빨리 미국 복권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