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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랑 Apr 19. 2024

자취생이 될 딸에게 미리 쓰는 편지

요리에세이





    금지옥엽 오냐오냐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키웠는데, 스스로 물을 묻히려고 자취를 하겠다니. 너의 고오집이 가상하여 이 엄마가 특급 레시피를 알려주겠어.


    이 금단의 레시피는 무려 엄마가 한식요리사자격증을 딸 때 배웠던 간장소스를 이용한 요리란다. 너도 익히 알고 있는 ‘간장계란밥’이야. 지금 웃었니? 웃었겠지? 그럼, 지금부터 간장계란밥이 얼마나 대단한 요리인지 잘 새기도록 하렴.      


    게다가 아침에 상 차릴 시간이 어디 있니? 그렇다고 빵 같은 것 먹으면 살찌니까 레시피 프린트해서 냉장고 앞에 붙여놔. 엄마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해 먹었을 정도로 요리 초짜도 할 수 있고, 너처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진 요리니까 믿고 시도해보도록 해.



                        

간장계란밥 기본 레시피


1. 달궈진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한 스푼 두른다

식용유를 대신할 수 있는 것 > 버터, 마가린, 우유 등


2. 계란 두 개를 후라이팬에 깨 넣는다


3. 계란을 조각조각 부수어가면서 익힌다


4. 적당히 익으면 밥 한공기를 넣는다


5. 밥과 계란이 고루 섞이면 간장 소스를 넣는다

>간장소스 : 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스푼, 깨소금 한 꼬집, 설탕 반 스푼

간장을 대신할 수 있는 것 > 가쓰오부시간장, 굴소스, 국수장국


6. 잘 비벼지면 그릇에 담아 먹는다

- 김에 싸 먹으면 더 맛있음

- 케챱을 넣어 비벼 먹어도 별미임


엄마의 TIP

- 진짜 배고프거나 바쁠때는 1+2+3+4+5 모두 후라이팬에 때려 넣어도 됨

- 계란과 밥 대신 <어묵, 구운두부, 우엉, 연근을 넣고 시간을 오래들여 조리면 훌륭한 밥 반찬이 됨 : 이때는 물을 소주컵 한잔정도 추가해야 해>




참고사항


1. 엄마가 어릴 때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간장계란밥을 해서 먹었어. 그런데 생선 썩은 맛이 나는거야. 알고보니 간장이 아니라 ‘멸치액젓’을 넣었던거지. 그런데 외할머니는 외삼촌 병원에 가 계셔서 라면 같은 걸 살 수 있는 용돈을 받을 수도 없었고, 엄마는 뱃가죽이 등에 붙었단 말이지. 그래서 물로 조금 씻어서 먹었는데 그래도 생선 썩은맛이 나는거야. 그래서 펑펑 울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네. 그러니 멸치액젓은 콜라병같은 데 담아두면 절대 안돼. 알았지?      


2. 아빠가 중학교 때부터 혼자 사셨던 건 알지? 그때, 라면 하나 사 먹을 돈이랑 계란 하나가 냉장고에 있었대. 그래서 라면을 맛있게 끓이고 화룡점정으로 계란을 톡 깨 넣었는데 그 계란 속이 까만색인거야. 아주 잘도 썩은 게지. 아빠는 울면서 라면을 변기에 버렸고, 친구집에 가서 울면서 밥을 얻어먹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단다. 즉, 계란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고 싸다고 30개짜리 한판을 사는 미련한 짓 하지말고, 10개짜리 계란을 자주 사라는거야. 너도 아빠 닮아서 유통기한 넘길까봐 걱정이네.      



    우리딸이 5살 때 아빠가 회사에서 사고를 당했었지. 그때 엄마가 네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줬을 때 간장계란밥을 정말 많이 만들어줬었어. 그래도 메뉴에 변화를 줘 보겠다고 어느날은 김을 싸주기도 했고, 케챱을 섞어주기도 했고, 그걸로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했었지. 그래서 너도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가 해 준 간장계란밥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우리딸은 엄마랑 아빠가 먹었던 간장계란밥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장계란밥만 먹었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을 담아 네게 이 레시피를 전수하마.      


추신 : 엄마가 네 간장계란밥에 케챱으로 그려줬던 하트를 뺀 만큼 너를 사랑해 ♥ (그 하트는 네가 양말을 뒤집어 놓는 버릇이란다.)     

          

-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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