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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렬 PAIIEK Jun 04. 2024

서신 03. 및 -AND-modules- 구상

파워플랜트에서의 전시 구상안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이번 편지에선 존대하고 싶습니다. 


먼저, 5월 한 달간 전시에 찾아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저와 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그 덕분에 전시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성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의 방문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고, 그 열정과 사랑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더 많은 분들을 퍼포먼스에 모실 수 없었던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또한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모든 분들과 함께하지 못한 점도 마음에 남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겨주신 많은 이야기들과 마음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진심 어린 피드백과 따뜻한 격려는 제게 늘 그렇듯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그 마음 하나하나가 제게는 과분할 정도로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저는 더 나은 작업을 준비하고, 더 많은 분들과 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앞으로도 더 열심히 탐구하고, 여러분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각자의 삶이 더욱 행복하고, 배려가 넘치기를 바랍니다. 좋은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모여 큰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하단에는 간단한 이번 작업 구상안을 첨부합니다. 


백승렬 드림



[-AND-modules-]

백승렬의 일지

일자 : 2024.00.00.

이 지도는

-그리고-

세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경계를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용기를 담은 책이다.

-그리고-

고정된 좌표로 규정된 평면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키거나 확인할 수 있는 지도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입증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꿈을 꾸는 사람의 유목민적 방랑이 기록된 지도이다.

-그리고-

규정 지대에서 미규정 지대로 나아가며, 알 수 없는 만남과 연결을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여행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연결들 Connections]

1. 나의 연결에 대하여

나는 보다 많이 알고 싶어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따르며 'A와 B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기능했다. 이를

테면, 0과 1,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때와 지금, 부품과 부품, 이곳과 저곳, 인공지능과 사람, 시니피앙과 시니

피에.

연결은 나에게 분절된 대상들을 '잇고자' 하는 어떠한 작용, 행위라는 피상적 층위의 관념이었다.

나는 필요/불필요한 연결, 효율적/비효율적 연결, 유용/무용한 연결에 강력히 몰두하고 끊임없이 '연결'을 수

행하였다. 그리곤 '연결'하는 사람이었지만, 연결을 피로해하고, 우울해하고, 두려워하고, 불쾌해하게 되었다.


2. 그 탐구에 대하여

올해 초, 연결의 속성을 고민하지 않는 시공간에서, 연결을 시도하지 않고 나서야, 나는 '나의 연결'과 '연결'을

자문하고 탐구하게 되었다.

- 연결 그 자체의 의미를 고찰한 적 있나?

- 무엇인가를 만들며, 세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을 추구한 적이 있었나?

- 기수립된 관념, 이데아, 시스템, 메커니즘을 정해진 목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도구적으로 수행하

는 행위로 연결 - 현대 기계 문명에서 비롯된 기계적 연결 - 을 수행하지 않았나?

- 그리고 이러한 기존 연결과 부산물들이 새로운 관습과 클리셰로 내게 진득이 붙어있게 되지 않았나?


이번 작업에서 나는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시작하여, 들뢰즈와 아키히토 님과의 만남을 거쳐, 현재에 이른 나의 연결에 대한 탐구를 담고자 한다.


나는 아직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며, 무엇인가를 입증하고자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이다. 이제는 머물렀던 지대에서 도주하고, 알 수 없는 만남을 꾀하고자 한다. 경계를 넘어 미규정 지대로

의 탐험을 꾀하고자 한다. 예측하지 않고, 미지의 것들에 대해 계속 귀 기울이고자 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나를 포함한 미지의 것, 역사나 사회에 의해 아직 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취향을 가진 이

들과의 새로운 연결, 그리고 생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것이 나의 나아감일지, 되려 회귀의 움직임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가만히 머물러 있기엔, 특히나 애초에 주어져있지 않기에 더더욱 두렵지만, 연결을 시도하지

않기엔 어리석을 뿐이다. 애를 써서 해야만 한다. 더 많은 연결들을 만들어야 한다.


3. 아키히토 님과의 만남에 대하여

들뢰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연결하는 것은 주어지지 않은 다른 가능성을 갖고 작업하는 것이며, 무엇인지 완

전히 확신하지 못할지라도 무엇인가 산출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즉, 경계를 넘어가는 것은 세계

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아키히토 님과의 만남,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의 세계에 대한 신뢰, 연결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 나

아가 작업 전반에 걸친 연결의 강한 동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세계에 대한 강한 신뢰와 긍정, 연결에 대한 탐구 의식을 보았으며 이는 곧 나에게 깨어진 세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씨앗은 새로운 지대에 대한 탐험의 호기심과 용기를 불러일으켰고, 본 작업을 실재하게 하였다.



[작업에 대하여]


1. 개요

이번 작업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실마리들을 엮고자 한다.

(1) 익숙한 것과 나의 클리셰를 교란하기

(2) 혼돈이라 규정된 외부 지대로 새어나가고 도주하기

(3) 새로운 만남과 미규정 지대를 탐험하기


이 같은 실마리들은 모듈형 사운드 지도들로 엮인다.


-AND-01-.-AND-02-.-AND-03-.-AND-04-.-AND-05-.


해당 지도들은 지형적 위치를 확인하는 시각 지도가 아니며 현재까지의 탐험과 방랑의 과정을 담은 지

도이다. 동시에 현장에서 계속 미규정 지대로 나아가며 덧붙여지는 책이다.


모든 지도들은 나의 탐험, 실마리들을 구성하는 개별 모듈이자 전체이다. 각 모듈들은 파워플랜트의 분리된

시공간에서 재생되며, 매번 다른 환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말미암아 개연적이지 않은 만남에서 비롯된 연결

을 구현하고자 한다. 또한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하여, 청각에서 비롯된 촉지적 감각의 촉발을 꾀하고자 한다.


지도들은 직접 채집, 녹음한 소리들, 악기 및 디지털 소리 등 방식으로 작성된다. 이들은 각 공간, 전체 공간을

아우르고, 반사되고, 흡수되고, 아키히토 님의 작업과 공명하고, 반사되고, 흡수되며 시시각각 개연적이지 않은 만남을 기록하는 지도가 된다.


라이브 퍼포먼스는 이 지도들에 더해, 현장에서 위의 지도에 더해 새로운 지도를 청자와 함께 작성해 나가는 과정인  -AND-06-.로 구현한다.


2. 큰 공간의 사운드

가장 큰 공간의 사방에서 내려오는 26개의 스피커를 통해 큰 공간과 나아가 공간 전체의 지도를 구성한다.

정시가 아닌 시간에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2개의 작품들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동시에 다른 공간들과 공명

한다.


3. 타워의 사운드

가장 큰 공간의 가운데 철제 타워에 부착된, 높이를 달리 한 총 8개의 작은 스피커들로 표현된다. 4개의 층을 포함하는 스피커 타워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는 동시에, 다른 공간들의 사운드들이 출입한다. 그들은 머물러있기도, 타워 외부에 나가기도 하며 자유로이 이동한다.


과타리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우리의 언어 속에 외국어를 창조하고, 아직 없는 민족이 그걸 말할 수

있게 하는 방향도 구상 중이다. 이는 혹은 과거 주민들의 이야기로 표현된다. 기술적으로는 익숙한 매체인 AI를 뒤틀고자 한다. AI를 통한 텍스트 언어 생성, 그를 TTS (Text To Speech)를 통한 음성화 하는 단순한 방향과 더불어,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 작업 역시 구상 중이다.


4. 돔의 사운드 

돔 내부 반구 형태로 부착된 16개의 스피커로 표현된다. 사운드 오브젝트들이 타 공간에 비해 선명하게, 움

직임이 자세히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작용하는 사운드로, 다른 공간과 이질적인 사운드

를 내포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돔 외부의 모든 사운드들과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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