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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Lee Speaking Feb 07. 2024

영어사전 읽기

"Read" it, it's a book anyway

영어 원어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활용하는 어휘의 개수가 3000개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적다고 느껴졌고 필자가 외운(외운 것과 활용할 줄 아는 것의 차이는 요리 레시피와 실제 접시에 담긴 음식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어휘의 개수를 점쳐보자니 막상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었는데

그 이유는 유아기 때부터 한국식 영단어 교육은 물론 영문학의 교과서와도 같은 ‘ㅅㅁ‘종합영어로 문법을 공부한 필자가 고작 3000개도 ’ 외우지 못했을 리가 없다 ‘고 오판했기 때문이다. 3000개란 개수는 차치하고, 외운 것과 활용하는 것을 구별도 못할 때였으니 어련하겠는가. 아무튼 무려 10년 간 나는 원어민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3000개만큼의 어휘력을 가지고 있다고 애써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영어 어휘력 향상을 지난 10년 간 창고방에 처박아두고 은근히 신경 쓰면서도 눈길을 피하게 되는 분리수거쓰레기처럼 취급해 왔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넣어놓고서 막상 내다 버리진 못하고 은근 눈치만 살살 보며 살다 보니 이따금씩 저 녀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중 한 가지가 영어사전 읽기가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필자의 생각엔, 영어 사전 읽기는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잘 다룰 때에만 그렇다. 필자의 영단어 암기수는 3000개가 넘을지 몰라도(솔직히 1000개도 자신 없다) 내 어휘력 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될 수 있는 숫자는 그 1/10도 안될 거다. 애초에 영어 사전을 단어 암기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단어목록정도로 인식했기에 나온 결과다. 영어 사전을 무미건조한 활자가 빼곡한 종이 목록으로 볼 게 아니라, 활자 너머에 그려지는 다른 세상의 모습들을 그린 한 권의 책으로 보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테다.


그 책의 활자 뒤에는 인간 언어가 변해온 역사와, 그 시대의 문화가 있고, 어근 하나하나마다 새겨져 숨 쉬는 그들의 철학이 있다. 그 활자 너머의 세계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험하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영어 사전을 읽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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