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빼면 드는 생각

by 이연히

하루의 끝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떨쳐내려

조용히 이어폰을 꽂는다.


얇은 막 너머의

조용한 소음을 뒤로한 채

귀를 감싸는 물결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간다.


내 귓가에만 치는 파도.


나에게만 들리는 음악은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매하게 자꾸 어디론가 흘러간다.

.

.


귓가를 감싸던

물결이 사라지면

묘한 기분이 든다.


마치 가뭄이 들어

메말라

쩍쩍 갈라진 흙처럼.


마치 수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하던

행사가 끝난 공터처럼.


마치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다

끝내 공기 빠진 몸이 되어

어디론가 가버리게 되는 풍선처럼.


좁은 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다

이어폰을 귀에서 내려놓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당신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