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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팀장 3

현실 직시와 한 걸음씩 개선하기

저에 대한 효용가치가 높아서, 여기저기서 데리고 갈려고 서로 쟁탈전을 벌인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제 몸값이 그만큼 높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더 열심히 일할 동기가 부여될 것입니다. 

팀의 존재가치가 높아서 이 본부 저 본부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면 모르지만, 반대로 서로 필요 없으니 너희가 데리고 가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만약 이런 취급을 받는 팀이 있고, 그 팀의 팀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바로 그런 팀의 팀장입니다.

 

여러 본부를 전전하다 보니 본부에 대한 소속감도 없고, 소속 본부 역시 별 관심이 없는 팀입니다. 크게 눈에 띄는 업무도 아니고 남들이 필요로 하는 팀 또한 아니니, 항상 모든 지원에서 찬밥 신세입니다. 단적인 예로 신입사원은 최근 10년간 받아 본 적이 없고, 반대로 다른 팀에서 문제가 있어 전출을 오는 인원만 있다면 정상적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이 들지 않겠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존재감이 있는 팀이 될까요?

어떻게 하면 팀이 그림자 같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팀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일까요?

우리 팀이 회사 내에서 존재할 가치와 이유가 있도록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팀장이 되면서 늘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추진하였던 보고서 찍어내기도 해 보았지만, 그때만 잠깐 반짝일 뿐 밤하늘 어느 한편에서 희미하게나마 지속적으로 빛을 내는 별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한걸음 한 걸음씩 차분하게 팀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첫걸음이 팀의 현실 직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남을 탓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우습게 본다', '우리 업무에는 하등 관심조차 없다', '마치 상전인 것처럼 우리 팀을 하대한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팀이다', '이 팀은 진급도 후순위이고 신입사원 지원도 안 해준다', ' 이 팀에 오래 있으면 너 만 손해다' 등등 자조 섞인 불만이 팀 내에 퍼져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떠오르는 명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단을 이끌며 연전연승했던, 독일의 전쟁 영웅인 '에르빈 롬멜' 장군의 명언이었습니다.

세상이 널 버렸다 생각하지 마라. 세상은 널 가진 적이 없다. 
Denk nicht, die Welt hat dich verworfen. Die Welt hat dich nie besessen. 
You don't neet to think that you were abandoned by the world. The world never took you before.
                                                                                              - FM Johannes Erwin Eugen Rommel

맞습니다.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그들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 탓 하지 말고 열심히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 


우선 팀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맞장구쳐주기', 우리 팀원 모두가 업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 실시', 우리 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위험 위주의 팀 업무 보고' 그리고 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놓고 문제점 보고하기'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표현으로 보고이지, 대놓고 '너 죽고 나 죽고 식'의 자극적 보고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이렇게라도 해야 "저 팀도 관심을 가져야지, 그냥 놓아두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생각나는 것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팀 존재감 확인 및 강건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아마 어떤 것은 도끼로 제 발등 찍을 수 있거나,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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