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내 Jun 24. 2024

하혈

으내님 자궁경부암 검진 시기입니다.
예약을 원하실 경우 카카오톡 채널 채팅을 이용하세요.

신분증 지참 필수


2주 전 산부인과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친절하기도 하여라 근데 벌써 2년이 지났다고?

애 낳고 시간 빠른 건 체감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시간관념이 없는 요즘이다​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만 2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2년마다 실시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질 않아서 맘고생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를 듣고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반응성 세포 변화라는 소견이었고 주치의 원장님께서는 간단하게 시술하자고 권유하셨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아기를 가져야 하는데 세포 변화라니 이런 게 왜 갑자기 생기지? 그렇다 모든 질병은 갑자기 생긴다 물론 전조증상이 있었겠지만 전혀 감각이 없는 질병들도 있다

임신이 간절했던 나는 이것 때문에 아이가 생기지 않은 건지 걱정이 되었고 고민에 빠졌다

엄마에게 전활 했다

"엄마 경부암 검사를 했는데 반응성세포변화래.. 암은 아닌데 시술을 하면 임신이 더 잘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

"으내야 암 아니면 괜찮아 괜히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밥 잘 먹고 잘 쉬고 피곤하지 않게 해. 엄마도 밑에 가 약해서 유전적인 걸 수도 있는데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도 괜찮을 거야"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시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었다

그 이후  연달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느새 자궁경부암 소견은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 가고 있었다
 

'벌써 2년이 된 거야? 애들 등원시켜 놓고 빨리 갔다 와야겠다 귀찮다 귀찮아..'


경부암 검진 예약을 해둔 전날 밤 그러니까 남편이 출장 간 3일째 되는 날 밤 갑자기 피가 비쳤다. 이상하다 마지막 생리가 시작된 지 열흘밖에 안 되었는데 왜 또 피가 보이지?

다음날 피의 양은 더 많아졌다.
생리혈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검진 예약을 해뒀기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바로 산부인과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자궁경부암 국가검진하러 왔는데 피가 비쳐서 진료를 같이 보고 싶어요"

"자궁경부암 시기는 아니세요"


"네?!"


"올해는 짝수 해입니다"


"아.. 네 그럼 일단 진료만 볼게요"

병원에서 내가 반응성 세포 변화라 검진 주기를 1년으로 잡아 놨고 친절하게 예약 문자가 온 상황이었다.

굴욕 의자에 앉아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피는 계속 흐르고 있고 원장님의 말씀에 내 정신은 혼미해졌다.

"경부 쪽에서 피가 많이 나고 있네요. 오른쪽 난소에도 모양은 나쁘지 않지만 4.7cm 혹이 보이고, 내막에도 폴립이.."


뭐야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ㅠㅠ


경부암 검사와  피검사를 하고 다음 주에 결과를 들으러 오라고 했다.

몸에 기운이 쫙 빠졌고 피는 계속 흐르고 있었다


남편이 돌아오려면 3일 밤은 더 남았고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버거운데 오늘도 어김없이 독점 육아는 계속된다.



작가의 이전글 위협운전을 당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