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름여행 #4 - 교통+숙박+화장실 함께 해결하는 캠핑카의 가치
6월에 아이랑 19일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미국 애틀란타공항 출발로, 뉴욕(미국) 4박 - 나이아가라 폴스(캐나다) 2박 - 캘거리/밴프국립공원/재스퍼국립공원(캐나다) 8박 - 시카고(미국) 4박 일정이었다. 나이아가라 폴스까지는 아이랑 둘이 다녔고, 밴프/재스퍼는 아이 아빠와 접선해 캠핑카를 탔고, 시카고는 고교/대학 후배네와 함께였다.
1주일 안팎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을 돌아보고서 "밴프보다 재스퍼"라고 말하게 됐다. 밴프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한적하고, 엘크나 곰 같은 야생동물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더 정감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7월 22일 발생한 재스퍼 국립공원 주변 산불로 주민과 관광객 대피령이 내렸다. 재스퍼 시내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고, 주변 캠핑장 등은 최소 내년 3월까지 폐쇄될 것이라 한다.
당장은 갈 수 없는 곳이 된 재스퍼. 하지만, 지금이 아닌 언제라도 캠핑카 여행을 떠날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정리해 본다.
1. 왜 캐나다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이었을까
캐나다 로키가 멋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언젠가 가고 말 테다' 하며 특별한 마음을 먹은 적은 없었다. 1주일 휴가를 갖고 캐나다까지 다녀가는 건 비행으로 소모하는 시간이 길어 굳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아이가 미국에 나와 있는 1년, 남편이 여름휴가로 와서 함께 여행할 만한 곳으로는 이보다 적합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저쪽에서 "기왕이면 캐나다나 멕시코여도 좋겠다"고 한 마디 던졌던 것도 원인이었다.
1주일에 밴프와 재스퍼를 욱여넣는 게 너무 짧지는 않나 걱정은 있었다. 캠핑카는 국제선 도착일에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앞뒤로 하루씩 쉬는 날이 필요했다. 남편이 돌아가서 한국에서 업무 복귀에 영향을 덜 주도록, 귀국 후에 하루 이상의 휴식도 필요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캘거리 1박-밴프 1박-레이크 루이스 2박-재스퍼 2박-밴프 1박-캘거리 1박으로 큰 틀을 잡았다. 2박 일정의 첫날은 이동하면서 구경하고, 둘째날은 머물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재스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콜롬비아 빙원 설상차는 할인시간대로 미리 예약했고, 곤돌라나 스카이트램, 그리고 온천은 현지에서 고르고 이용했다. 트래킹은 Alltrails 앱에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을 골라 시도했다.
2. 왜 캠핑카였을까
밴프/재스퍼 국립공원 주요 지역에 있는 유명 호텔들은 여름 성수기 1박 100만원을 호가한다. 물론 이름값=돈값을 하는 곳도 있겠지만, 긴 여행의 특성상 1박에 큰돈을 지출하는 건 무리였다. 자연을 즐기는 캐나다 로키 여행이라면, 캠핑장은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다.
작년까지 2주에 한 번 꼴로 캠핑을 다녔지만, 캠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캠핑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소리에 예민하고 허리가 좋지않은 내게 캠핑은 노숙의 고급진 표현일 뿐이다. 게다가 피칭과 정리에 걸리는 노동시간 또한 큰 단점이다.
캠핑카는 이동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는 수단이다. 일반 차량에 비해 연비가 나빠 기름값이 더 들지만, 숙박비는 캠핑장 비용만 추가하면 된다. 이동수단에서 숙박수단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무척 간단하다. 일단 전기 코드를 꽂는다. 그리고 수도와 하수도가 마련된 사이트라면, 호스 2개를 추가로 연결한다. 그럼 땡이다. 그리고 얇은 천때기로 벽을 세우던 텐트보다는 훨씬 훌륭한 방음이 가능하다. 운전석 위 침실은 내려올 때 조금 불편하지만, 생각보다 아늑하기도 하다. 잠자리를 꽤 가리는 나도 숙면을 취할 만큼이었다.
그리고 돌아다녀 보니 한 가지 장점이 더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캐나다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에는 푸세식 화장실이 많고, 냄새가 생각보다 지독하다. 처음에는 참고 이용했지만, 점점 주차장에 돌아와 캠핑카 화장실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었다. 훨씬 쾌적했다.
3. 어디서 어떻게 예약했을까
마음에 둔 캠핑카 브랜드가 있다면 특정 캠핑카 회사에서 예약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브랜드별 차이를 잘 모르니 세계 여러 캠핑카를 모아서 볼 수 있는 모터홈 리퍼블릭(https://www.motorhomerepublic.com/ 한국어 번역 제공)에서 했다. 캐나다 관련 여행사에서도 해외 캠핑카 예약 대행을 하는 것 같지만, 수수료가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하지 않았다.
캠핑카 예약은 차량을 고른다고 끝나지 않는다. 차량 대여비 외에 추가되는 금액이 많다. 웬만한 렌터카처럼 언리미티드 마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어서 마일리지를 추가해야 한다. 보통 예약할 때 추가하는 게 렌터카 수령할 때 추가하는 것보다는 싸다. 내 경우 1000km만 추가해서 예약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1100km를 좀 넘게 돌아다녀서 추가금액이 40~50CAD 정도 나왔다.
참고로 GPS는 굳이 추가할 필요가 없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받아놓으면 주변 검색이 가능하고, 내 위치를 보는 GPS는 데이터 유무와 상관이 없다. 어차피 이 지역은 데이터가 잘 안 터지지만, 처음에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목적지로 네비게이션을 시작했다면 중간에 데이터가 안 잡히는 구간이 있더라도 끝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침구류, 식기류, 청소도구 등 내부 집기도 추가로 빌려야 한다. 컨비니언스 키트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물건을 다 챙겨준다. 각각을 따로 추가하는 것보다 각종 집기에 보험 자기보담금을 줄이는 CDR(Collision Deductable Reduction Agreement)까지 한번에 추가하는 올인클루시브 패키지가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린이용 집기는 추가비용을 안 받기도 한다. 1월에 여름 날짜로 검색했을 때는 이 비용을 얼리 버드로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살짝 할인도 가능했다.
여행기간에 여유가 있다면 할인폭이 큰 캠핑카도 찾을 수 있다. 이름하여 '편도 특가'인데, 캠핑카 대여 장소와 반납 장소가 달랐던 차량을 원래 위치로 복귀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여행도 하는 경우다. 정해진 날짜 안에 반납하면 되고, 직선거리 이동보다 약간 여유 있는 마일리지도 추가돼 있고 1박당 가격도 50% 이상 저렴하다. 대신 일정이 조금 촉박하고, 항공권 IN과 OUT을 다르게 잡아야 하니 항공권 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캠핑장은 Parks Canada(https://reservation.pc.gc.ca/)에서 예약하면 된다. 전기, 물, 하수 시설을 다 갖춘 밴프 터널마운틴 트레일러 코트는 1박에 42.5 CAD, 사이트에는 전기만 있고 물과 하수는 다른 장소에서 해결해야 하는 레이크 루이스 하드사이드와 휘슬러 캠핑장이 1박에 36 CAD였다(온라인 예약 수수료 11.5 CAD 별도, 휘슬러 Fire Permit 11 CAD 별도).
3인 여행이지만 공간 여유를 위해 4인으로 캠핑카를 고른 게 1월 말이었고, 대략적인 이동 거리와 일정을 확정해 적당한 캠핑장을 예약한 건 2월 초였다.
4. 캐나다 캠핑카 여행 1주일, 얼마나 들었나
한국-캐나다 비행편을 제외한 캐나다 캠핑카 여행 1주일 현지 비용은 약 400만원이었다.
캠핑카 6박7일(7박까지 렌트비용은 동일)에 추가마일, 주유비를 더하면 약 200만원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캠핑카를 수령하면서 보험 디파짓 750불을 0원으로 줄이는 CDW(Collision Deductable Waiver)를 추가했더니, 이 비용이 최하 110 CAD 정도(1박 15불이나 최소 105불에 세금 추가)였다. 이건 운전에 자신이 있다면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다.
캠핑카 수령 전후 숙소는 공항 근처 호텔 중에 캠핑카 회사에서 셔틀을 운행하는 곳으로 잡았다. 숙소 2박과 캠핑장 비용은 총 60만원 선이었다. 여기에 캐나다 국립공원 입장료와 빙하 설상차, 재스퍼 트램웨이 등 어트랙션 비용이 약 55만원 추가됐다. 한국마트와 월마트 등에서 구매한 식재료, 점심에 이용한 식당 등을 포함한 기타 비용은 약 71만원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마일리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미국-캐나다 편도 정도만 따로 샀다. 이 금액은 출발 지역과 계절에 따라 개인차가 생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