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된 아이가 수영강습 가던 첫날 한 말
아이는 한국에서 2학년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직전 미국에 왔다.
한국에서는 매일 학원을 두 개 갔다가 집에 왔다.
피아노학원과 태권도장이 마주보고 있어서 피아노 3년, 태권도 2년을 다녔다.
미국 올 준비를 한다고 영어학원에 주2회 4달 정도 다니면서는
태권도를 주3회로 줄여서 매일 학원 2개를 유지했다.
영어학원에서 파닉스와 유치원생들 배우는 노래 흥얼거리다 온 아이는
의외로 학교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
3학년 2학기로 들어가야 하는 나이인데,
교육구(School District)에서 2학년으로 배치해줬다.
ESOL(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시간이 매일 있다.
첫날 울면서 들어간 아이는, 하교 때 데리러 가니 웃고 있었다.
잘 못 알아듣지만, Recess 시간에 놀이터에서 노는 게 좋다고 했다.
옆 반에 한국인 친구가 1명 있는데 그 친구랑 거의 매일 노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맛있다고 한 과자를 또 싸달라고 종종 말한다.
학교 끝나고 그집이나 우리집을 오가기도 하고, 주말에도 가끔 본다.
아래 학년에도 한국인 2명이 있는데,
그 중 한 아이와 스쿨버스를 같이 타서 과자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 같다.
나머지 한 아이와는 학교 등교길을 두 번 같이 걸었다.
같은 교회도 다니고 있어서,
그집 엄마와 애들 함께 봄방학에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보내기 시작한 학원(?)은 UGA STRING PROGECT다.
음대에서 현악 단체강습을 해주는데, 주 2회 45분 수업 한 학기에 총 125달러다.
무료급식 대상자는 5달러만 받고 악기 대여도 해준다는데,
이 지역 전체가 무료급식이고 나는 급여증명이 안 되니까 그냥 125달러를 냈다.
한국 피아노학원에서 주1회 2년 정도 따로 바이올린을 레슨을 받았는데
별 재능은 없지만 조금은 더 배워도 좋을 것 같았다.
미리 스트링 프로젝트를 검색해봤어서,
당근에서 한 사이즈 큰 바이올린을 1만5000원에 사서 들고 왔다.
여기 온 지 1년 지난 다른 분께 이 과정을 신청했다고 하니
자기 딸도 바이올린 방과후 수업을 1년 들었다고 솔깃해했다.
한국에 있는 그댁 남편이 바이올린을 보내왔고
그댁 아이가 우리 아이의 통역이 됐다.
두번째 학원은 YMCA 수영강습을 골랐다.
주 2회 3개월에 150달러인데, 처음에는 등록비 50달러가 추가된다.
미리 등록 안 하면 끼워넣기 힘들다고 해서
1월 어느 월요일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신청했다.
수영 강습을 데리고 가던 첫날, 뒷자리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여기 온 지 두 달 됐어?"
"아니, 아직 두 달이 채 안 됐어. 한 달 보름 좀 지났지."
"근데 엄마. 내가 여기 온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학원을 두 개나 가야할까? 말도 안 통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그동안 애가 학교에 대해 별 불만을 말 안해서, 그냥 괜찮을 줄 알았다.
"ㅇㅇ이도 수영 등록한다고 했어. 진도가 다르겠지만, 볼 수는 있을 거야"
이미 교회에서 친해진 다른 지역 친구 이름을 들이밀며 일단 들어갔다.
리셉션에 앉아있는 여성이 아이 성을 물었다.
"Kim"이라 대답했다.
그때...
우리 뒤로 아빠와 함께 온 여자아이가 줄을 섰다.
그 아이의 성은 "Park".
한국아이였다.
3시30분쯤 들어간 아이들은 5시 좀 넘어 수건을 뒤집어쓰고 나왔다.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었다.
그댁 아빠와 함께 애들을 불러냈더니,
과자 좀 먹고 가고 싶다고 둘이 벤치에서 한참을 놀았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물었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엄마. 나 저 동생네 놀러갈래"
아이에겐 말 통하는 1명의 존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참, 이곳 수영의 단점은 머리털이 개털 된다는 것이다.
대충 물만 끼얹고 나오는 아이에게서 락스 냄새가 진동을 한다.
수영모를 안 써도 될 정도로 자유롭다 보니 락스를 엄청 쓰는 것 같다.
수영복도 금세 낡아진다고 한다.
Swim Shampoo로는 역부족이어서 헤어트리트먼트도 샀지만,
머리결 복구가 안 되는 상황.
어제는 급기야 아이 머리를 좀 다듬어야지 하다 가위를 들었는데...
긴머리를 단발로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앞이 길고 뒤가 짧았어야 묶었을 때 자연스러울 텐데,
앞이 짧고 뒤를 길게 잘라버렸다.
미용실에서 들은 대로 하면 되겠지 했는데 헷갈렸다.
유튜브 예습이라도 좀 하고 가위를 잡았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그 길이가 이상하게 잘 어울려서 아이는 별 불만 없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