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댕기자 Mar 09. 2024

“엄마 내가 말도 안 통하는데 학원을 또 가야 해?”

미국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된 아이가 수영강습 가던 첫날 한 말

아이는 한국에서 2학년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직전 미국에 왔다. 

한국에서는 매일 학원을 두 개 갔다가 집에 왔다. 

피아노학원과 태권도장이 마주보고 있어서 피아노 3년, 태권도 2년을 다녔다.

미국 올 준비를 한다고 영어학원에 주2회 4달 정도 다니면서는

태권도를 주3회로 줄여서 매일 학원 2개를 유지했다.


영어학원에서 파닉스와 유치원생들 배우는 노래 흥얼거리다 온 아이는

의외로 학교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

3학년 2학기로 들어가야 하는 나이인데, 

교육구(School District)에서 2학년으로 배치해줬다.

ESOL(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시간이 매일 있다.


첫날 울면서 들어간 아이는, 하교 때 데리러 가니 웃고 있었다.

알아듣지만, Recess 시간에 놀이터에서 노는 좋다고 했다.

옆 반에 한국인 친구가 1명 있는데 그 친구랑 거의 매일 노는 것 같.

그 친구가 맛있다고 한 과자를 또 싸달라고 종종 말한다.

학교 끝나고 그집이나 우리집을 오가기도 하고, 주말에도 가끔 본다.


아래 학년에도 한국인 2명이 있는데, 

그 중 한 아이와 스쿨버스를 같이 타서 과자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 같다.

나머지 한 아이와는 학교 등교길을 두 번 같이 걸었다.

같은 교회도 다니고 있어서,

그집 엄마와 애들 함께 봄방학에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보내기 시작한 학원(?)은 UGA STRING PROGECT다.

음대에서 현악 단체강습을 해주는데, 주 2회 45분 수업 한 학기에 총 125달러다.

무료급식 대상자는 5달러만 받고 악기 대여도 해준다는데, 

이 지역 전체가 무료급식이고 나는 급여증명이 안 되니까 그냥 125달러를 냈다.


한국 피아노학원에서 주1회 2년 정도 따로 바이올린을 레슨을 받았는데 

별 재능은 없지만 조금은 더 배워도 좋을 것 같았다. 

미리 스트링 프로젝트를 검색해봤어서,

당근에서 한 사이즈 큰 바이올린을 1만5000원에 사서 들고 왔다.


여기 온 지 1년 지난 다른 분께 이 과정을 신청했다고 하니

자기 딸도 바이올린 방과후 수업을 1년 들었다고 솔깃해했다.

한국에 있는 그댁 남편이 바이올린을 보내왔고

그댁 아이가 우리 아이의 통역이 됐다.




두번째 학원은 YMCA 수영강습을 골랐다.

주 2회 3개월에 150달러인데, 처음에는 등록비 50달러가 추가된다.

미리 등록 안 하면 끼워넣기 힘들다고 해서

1월 어느 월요일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신청했다.


수영 강습을 데리고 가던 첫날, 뒷자리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여기 온 지 두 달 됐어?"

"아니, 아직 두 달이 채 안 됐어. 한 달 보름 좀 지났지."

"근데 엄마. 내가 여기 온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학원을 두 개나 가야할까? 말도 안 통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그동안 애가 학교에 대해 별 불만을 말 안해서, 그냥 괜찮을 줄 알았다.

"ㅇㅇ이도 수영 등록한다고 했어. 진도가 다르겠지만, 수는 있을 거야"

이미 교회에서 친해진 다른 지역 친구 이름을 들이밀며 일단 들어갔다.


리셉션에 앉아있는 여성이 아이 성을 물었다.

"Kim"이라 대답했다.

그때... 

우리 뒤로 아빠와 함께 온 여자아이가 줄을 섰다.

그 아이의 성은 "Park".

한국아이였다.


3시30분쯤 들어간 아이들은 5시 좀 넘어 수건을 뒤집어쓰고 나왔다.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었다.

그댁 아빠와 함께 애들을 불러냈더니,

과자 좀 먹고 가고 싶다고 둘이 벤치에서 한참을 놀았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물었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엄마. 나 저 동생네 놀러갈래"

아이에겐 말 통하는 1명의 존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참, 이곳 수영의 단점은 머리털이 개털 된다는 것이다.

대충 물만 끼얹고 나오는 아이에게서 락스 냄새가 진동을 한다.

수영모를 안 써도 될 정도로 자유롭다 보니 락스를 엄청 쓰는 것 같다.

수영복도 금세 낡아진다고 한다.


Swim Shampoo로는 역부족이어서 헤어트리트먼트도 샀지만, 

머리결 복구가 안 되는 상황.

어제는 급기야 아이 머리를 좀 다듬어야지 하다 가위를 들었는데...

긴머리를 단발로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앞이 길고 뒤가 짧았어야 묶었을 때 자연스러울 텐데,

앞이 짧고 뒤를 길게 잘라버렸다.

미용실에서 들은 대로 하면 되겠지 했는데 헷갈렸다.

유튜브 예습이라도 좀 하고 가위를 잡았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그 길이가 이상하게 잘 어울려서 아이는 별 불만 없이 잠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미 대학도시에서 발견된 2명의 시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