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 와서 머물던 오클라호마는 갈 곳도 볼 곳도 참 없었다.조지아주도 자체 볼거리는 그다지 없지만, 플로리다(!)가 가까운 편이다.
가족과 함께 1~2년 방문학자 과정으로 조지아주에 온 사람들은 덕분에올랜도 디즈니월드/유니버셜스튜디오 방문을 거의 숙제처럼 해치운다. 세계에 하나뿐인 디즈니'월드'에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은데,지니플러스, 개별 라이트닝 레인, 버츄얼 큐, 오픈런 예습이 필요하고돈은 돈대로 깨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미션이다.
조지아대학 인근에서 올랜도까지는 차로 7시간. 하루가 꼬박 걸린다.혼자 긴 시간 운전할 자신이 없는 나는 비행기를 타고 '숙제'를 하기로 했다. 만 9세 딸아이가 아직 해리포터 마니아가 아니므로 유니버셜은 포기하고디즈니월드 파크 4개를 모두 다녀왔다. (2024년 3월 13~18일, 따끈한 여행기록입니다.)
1. 디즈니월드 언제 갈까
파크 혼잡도를 알려주는 유료구독사이트
모두가 쉬는 추수감사절 연휴(11월 말), 크리스마스 연휴(12월 말~1월 초)가 가장 붐빈다고 한다.숙소, 디즈니 입장권, 지니플러스 가격도 사람 많은 기간에 더 비싸진다. 아이 학교 1주일 빼서 비수기에 다녀오는 걸 추천하는 사람도 많다.
Disney World Crowd Calander를 검색하면 여러 사이트들이 뜬다.지난 수년간의 입장객 데이터들을 통해 추산하는 것 같은데1년 전체를 안내해 주는 곳도 있고, 가까운 며칠만 알려주는 유료구독사이트도 있다.
나는 아이 학교가 며칠 쉬는 3월 중순에 주말 끼고 5박 6일 디즈니 일정을 잡았다.3월은 미국 대학교 방학이 주마다 있어 올랜도 방문자가 적지 않은 편이다.초등학교 스프링브레이크인 4월 첫 주와 방문자 숫자는 비슷해 보였다.하지만 날씨가 상대적으로 덜 더울 것 같고, 비행기표값이 더 싸서 이때로 잡았다.(실제 날씨는 이틀간 덥고, 이틀은 구름이 끼어 선선했다.)
2. 디즈니월드 어디에 묵을까
디즈니 올스타 스포츠 리조트의 셔틀버스 정류장 구석탱이의 우리집 꼬맹이.
디즈니월드 내 리조트나 제휴 리조트에 숙박하면 30분 일찍 파크 입장이 가능하고, 파크 입장 전인 아침 7시에 지니플러스(유료 패스트패스) 라이트닝레인 첫 예약을 할 수 있다.파크와 숙소 사이 셔틀버스도 종일 있어 오후에 들어와서 쉬기도 편하다.
4일 연속 파크 얼리 엔트리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 3일만 디즈니 내에서 자도 된다.물론 체크인날 아침 일찍 디즈니리조트에 도착해 짐보관을 하고 파크로 달려갈 수 있다면.
하나 첫날 저녁 도착인 데다 숙소를 이동하기 귀찮은 나는중간에 쉴 날짜 하루를 추가해 5박을 가장 저렴한 숙소에 몰빵하기로 했다.
내 여행기간 디즈니월드 내 리조트 중에 가장 싼 곳은 Disney All-star Sports였다. 더 비싼 숙소들에 비해 파크들에서 좀 멀지만, 대부분 10~20분 안팎이면 이동 가능했다.(비싼 숙소들은 파크까지 배도 타고 케이블카 같은 스카이라이너도 타는 재미가 있다.)
디즈니월드 공홈에서 숙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기간이긴 했으나구글 지도 호텔 검색을 해보니 앞쪽 3박은 아고다가 더 쌌다.사실 앞쪽 숙소 예약할 때는 유니버셜도 고민 중이었으나 포기했고, 며칠 뒤 같은 숙소 2박도 싸게 떠서 아고다로 추가 예약을 했다.
아고다에서 디즈니 예약번호를 따로 알려주지 않아서디즈니월드 공홈 채팅을 통해 내 예약을 링크해 달라고 했다. 예약이 2개인데 한 번에 조회가 안 되어 채팅을 두 번 시도했다.
리조트 도착 후엔 방을 동일하게 지정하고 중간 체크아웃을 하지 않도록 부탁했다.직원이 두번째 예약 시작되는 날 키카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중간에 로비에 한 번 들러달라고 했다(파크에서 카드가 잘 안 되긴 했다).
3. 디즈니파크 티켓, 어떤 걸로 어디서 살까
입장권이 디즈니 공홈보다 살짝 저렴한 시티패스 사이트
디즈니월드 첫 방문이고 날짜에 여유가 있다면 매일 파크 1개씩 입장하는 게 낫다.아침에 얼리엔트리를 해서 오픈런으로 주요 놀이기구 1개를 타고오후 3시쯤 숙소에 와서 수영도 하고 쉬거나 컨디션 조절 뒤 야간 입장하면 된다.(물론 첫 방문이 아니라면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으니 호퍼티켓+지니플러스 조합도 좋겠다.)
디즈니월드 입장권은 올랜도 시티패스 사이트가 살짝 쌌다.단, 2일권 이하는 살 수 없다.2일간 1파크 입장과 1일 호퍼티켓으로 사고 싶다면 디즈니 공홈에서 사야 한다.
티켓은 시작하는 날짜별로 가격이 다른데 4일권은 7일 내에 다 쓰면 되는 식이다.실제 사용 날짜보다 이틀 일찍 시작하면 몇 불 더 싸서 그렇게 끊었다.시티패스 예약메일에 디즈니 예약번호도 함께 와서 디즈니공홈에 링크 가능했다.
4. 디즈니월드 지니플러스 꼭 사야 할까
디즈니 월드 앱 지니플러스 구매창. 입장 당일 0시부터 살 수 있고, 매일 가격이 다르다.
디즈니월드 4개 파크에서 지니플러스를 모두 사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지니플러스를 사는 게 이득이 아니라, 안 사는 게 손해라는 글도 많이 봤다.그리고 실제 활용해 본 결과...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지니플러스를 사는 게 맞는 것 같다.파크 크기에 비해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많고, 대기시간도 꽤 긴 편이기 때문이다.아참, 할리우드 스튜디오 지니플러스 첫 예약은 주로 '슬링키 독 대쉬'다.아이들도 탈 수 있어서 평소 대기시간이 가장 길기 때문이다.
애니멀 킹덤과 엡콧은 호퍼 티켓으로 함께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고 디즈니리조트 얼리엔트리로 오픈런을 필수로 할 거라면 지니플러스를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극성수기는 예외).
매직 킹덤은 놀이기구가 많아서 기구당 대기시간이 엄청 길지는 않았고(극성수기는 예외),우리 집 어린이처럼 스릴라이드만 좋아하는 경우라면 꼭 타야 할 기구가 4개쯤이었다.하나는 오픈런, 하나는 버츄얼큐로 해결 가능해서2개 정도만 기다리고 나머지는 줄 길이 봐서 추가로 탔다.
아참, 지니플러스 라이트닝 레인 예약 시 기억할 게 있다.디즈니리조트 숙박자는 아침 7시에 첫 예약이 가능하며예약한 기구에 입장한 직후, 혹은 공원 개장 2시간 후 다른 예약 기능이 활성화되므로첫 예약 외에 라이트닝레인 예약을 1개 더 굴릴 수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지니플러스 예약에 수정(Modify) 기능이 있다는 것. 더 앞시간 자리가 뜨는지 계속 체크해서 수정하면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지니플러스 가격도 매일 다른데, 사람 숫자가 적은 날 더 싸지는 것 같다.첫날은 매직킹덤이 35불이었는데, 마지막날은 매직킹덤이 25불이었다.지니플러스가 싸면 안 사도 되고 비싸면 사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싶다.
5. 디즈니월드 개별 라이트닝 레인 꼭 필요할까
지니플러스의 라이트닝 레인 외에 개별(Individual) 라이트닝 레인이란 게 있다.인기 있거나 새로 오픈한 놀이기구 입장권을 따로 각각 10~20불을 주고 구매하는 방식이다.(지니플러스 구매자도 추가지출을 하라고 등 떠미는 자본주의의 끝판왕 디즈니...)
근데 개별 라이트닝 레인을 파는 놀이기구는 두 가지가 있다.첫째, 버츄얼큐만 가능해서일반 줄 서기가 아예 불가능한경우다.트론(매직 킹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엡콧)가 여기 해당한다.
둘째, 일반 줄 서기가 가능한 경우다.세븐 드워프(매직 킹덤),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더 레지스탕스(할리우드 스튜디오), 그리고 아바타 플라이트 오브 패시지(애니멀 킹덤)가 여기 해당한다.
첫 번째 경우는 아침 7시와 오후 1시 버추얼큐 예약에만 성공하면 된다.가족들 전화기에 디즈니월드 앱을 깔고 1명 아이디로 로그인하고아침 6시 이후 동반인 지정이 가능해지므로 미리 해놓고6시 50분 지나면 휴대폰에서 초시계를 다른 창에 띄워놓고 보다가6시 59분 40초부터 입으로 초를 세면서 59초쯤 클릭해서
파란 버튼이 생기자마자 한 번 더 클릭하면 된다. (처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버추얼큐 예약 때는59분 55초에 클릭했으나 두 번째 클릭이 늦어 오후 2시대인 백몇십번대 그룹에 묶였다.두 번째 트론 예약 때는 59분 59초에 클릭하고 두 번째 버튼을 빨리 눌러서10번대 그룹에 묶여 9시 45분까지 첫 입장 시간대로 떴다.)
두 번째 경우는 디즈니리조트 숙박자 얼리 엔트리 혜택으로 커버 가능하다.얼리 엔트리 군중은 대부분 똑같은 길을 선택한다. 매직 킹덤은 세븐 드워프.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더 레지스탕스.애니멀 킹덤은 아바타 플라이트 오브 패시지.엡콧만 약간 갈리지만 대부분 레미의 라따뚜이.
특히 파크별 입장시간이 요일별로 다른 경우가 있는데 입장이 늦은 날 해당 파크를 가면 얼리 엔트리에도 여유가 있다.내가 가는 기간엔 매직 킹덤 일요일 입장 시간이 목금토보다 1시간 늦었다.주말 입장객이 더 많을까 봐 고민도 했었지만, 유료구독 사이트의 크라우드 캘린더를 믿고 그날 갔다.
그리고 토요일도 애니멀 킹덤에서 매직 킹덤 대기시간을 체크해 보니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디즈니 가는 사람 중에 사실 플로리다 주민만 있는 건 아니니까 평일보다 주말이 꼭 더 붐빈다고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참, 흔히 디즈니월드는 매직 킹덤부터 가라고 하던데, 나는 매직 킹덤을 제일 나중에 갔다.
사실 파크 순서에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디즈니 클라우드 캘린더에 뜬 일요일 혼잡도
6. 디즈니월드 4일 포함 5박 6일 2인 총비용: 2817.29 USD
1) 애틀랜타-올랜도 국내선 항공권 2인 왕복: 284.4 USD
수요일 저녁 출발/월요일 밤 귀환 편이었다.발권 후 델타 아멕스 신용카드가 생겨서 1인당 위탁수하물 1개씩이 무료가 됐다.출발 24시간 전 온라인 예약 때 짐을 1개씩 지정하고 공항에서 부치면 된다.좌석을 미리 지정하는 건 유료라서 체크인 때까지 놔뒀는데갈 때 자리가 아이랑 떨어져서, 게이트 앞에서 요청했더니 붙여줬다.
2) 공항-숙소(집) 간 우버나 리프트 3번: 290 USD
집에서 애틀랜타공항까지 1시간 반 구간은팁 포함 90불,올랜도 공항에서 디즈니리조트까지 30분에 팁 포함 48불이었는데돌아오는 날 애틀랜타 공항에서 집까지는 무려 200~300불대가 떴다.몇 분 뒤에 139불짜리가 떠서 그걸로 잡긴 했지만,아이 동반 상황에서 이 정도로 변동성이 크면 멘붕이다.라이드 쉐어 비용이 비행기값보다 클 줄이야...
3) 디즈니 리조트에서 올랜도 공항까지 미어스 커넥트: 편도 30 USD
올랜도 공항-디즈니 리조트 사이를 운행하는 미어스 커넥트 셔틀은다른 리조트들도 들르기 때문에 약 1시간 걸린다고 한다.올랜도 공항으로 돌아갈 때는 우리 리조트가 마지막 탑승이었고 터미널 C와 터미널 B 사이가 막혀서 50분 정도 걸렸다.아참, 올랜도공항에서 디즈니 리조트 갈 때는
공항 이용료 같은 게 있어서 성인+아이 약 32불 정도다.미리 알아본 우버나 리프트 비용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아서가는 날은 예약을 미리 안 했으나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4) 올스타 스포츠 리조트 5박: 860.64 USD
아고다에서 뒤쪽 2박이 비싸게 나와서
앞쪽 3박을 먼저 507.87 USD에 예약하고
뒤쪽 2박은 나중에 352.77 USD에 예약했다.
5) 디즈니 월드 4일짜리 베이스 티켓 성인+아이: 1198.13 USD
디즈니 공홈보다 70불 정도 쌌던 것 같다.
6) 지니플러스: 55.38 USD
할리우드 스튜디오 가는 날만 샀다. 1인 26불 정도에 세금 추가.
7) 식비: 136.96 USD
디즈니 리조트 푸트코트에서 파는 미키와플
아이가 한식러버여서 파크 내 유명 레스토랑들 예약은 하지 않았다. 집에서 햇반, 김가루, 멸치볶음, 볶은 김치, 라면, 과일을 챙겨갔고체크인 때 방에 전자레인지 설치를 요청해서 아침과 저녁을 해결했다.(아참, 방에 커피드립 머신만 있대서 여행용 전기포트도 챙겨갔다.)마지막날 아침엔 리조트 푸트코트에서 미키 와플 메뉴를 먹었다.
파크 내에서는 치킨 텐더(할리우드 스튜디오), 콘도그와 팝콘(매직 킹덤), 옥수수구이(앱콧) 등 주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애니멀 킹덤에서는 Korean Beef 메뉴가 있는 야크 앤 예티에 갔다.추가밥과 아이스크림을 키즈메뉴로 입력해 준 담당서버의 센스!
8) 디즈니 기념품 쇼핑: 111.79 USD
애니멀 킹덤에서 강보에 싸인 동물인형(39.99+Tax),디즈니 스프링스에서 겨울왕국 장난감(34.99+tax)과 스타워즈 그로구 모자(29.99+Tax)를 샀다.마지막 모자는 엄마 거로 사라고 하더니 지가 쓰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