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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댕기자 May 02. 2024

40일 만에 고장난 미국폰 환불받기

환불 천국? 수리 지옥? 미국 생활 4개월 째에 휴대폰 두 번 산 사연

올초 미국에 올 때, 연식이 꽤 된 삼성 갤럭시폰을 들고 왔다. 구매 당시에도 이미 2~3년 지난 모델이었는데 배터리와 액정을 교체한 리퍼비시폰으로 사서 이미 2년 반을 사용한 상태였다. 액정 한 퀴퉁이 유리가 깨져 있어서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진 않았다. 미국에 오자마자 아마존으로 리퍼비시폰을 알아봤다. 그러던 미국 한인여성들 커뮤니티에서 "리퍼비시샵에서 일하는데, 절대 사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봤다. 환율도 자꾸 올랐다. 주변에서 "전자제품 미국이 싸던 시절도 지나갔다"고들 했다. 아직은 전화기가 멀쩡하니 고장의 기미가 보이면 사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러다 벼락 같이 그날이 왔다아이 고향 오클라호마에 방문하기 이틀 전에 갑자기 휴대폰 터치가 안 먹히기 시작했다. 여행 직전이니 아마존에 주문을 한들, 받아서 출발하긴 무리다. 우연히 잘 눌리면 부팅까지 갈 수가 있고, 껐다 켜면 잠시 터치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설마 이대로 망가지진 않겠지' 생각하며 비행기에 탔다.


여행 중에 우버나 리프트 부를 때 휴대폰이 안 되면 곤란할까봐 들고온 노트북으로 밤마다 휴대폰 검색을 했다. eBay에서 "Sealed New Phone"라고 적힌 갤럭시폰을 발견했다. 리퍼비시를 못 믿을 상황이면 새 휴대폰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식이 4년 정도 지난 폰이라 약간 불안했지만(feat.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미국 발매폰은 갤럭시도 통화녹음이 안 되니까 굳이 비싼 신상폰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고, 전화기도 배달이 됐다. 갤럭시폰끼리 순조롭게 데이터도 옮겨서 사용했다. 그러나... 


벼락 같이 그날이 왔다. 4월 초 봄방학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휴대폰 화면이 세로로 2분할 되더니 지지직대다 화면이 나가버렸다. 얼마 뒤 화면이 들어왔다 다시 나가고, 이걸 두어번 반복하더니 아예 켜지지도 않게 됐다. 


구매한 지 약 40일 만에, 전화기가 죽었다. 무료환불 기간은 30일까지였는데...




"이런 경우라면 공장초기화를 먼저 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일단 eBay 판매자에게 쪽지를 보냈더니, 하루가 다 지나갈 무렵 답이 왔다. 사람아, 나는 폰이 아예 켜지질 않는데 어떻게 공장초기화를 하란 말이야. 초기화를 하려 해도 서비스센터에 찾아가서 해야할 판인데.


"Sealed New Phone"이라 했으니까 삼성 서비스에 접속해봤다. 이미 3년 전에 보증기간이 끝났다고 나왔다. 삼성 서비스와 제휴된 수리점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했다. 일단 방문 예약을 하고, 차를 몰고 갔다.


"뭐가 문제인지 열어서 확인하는 비용이 40불이에요. 하시겠어요?" 


카운터에 있던 청년이 말했다. 보증기간이 끝났으니 액정 교체는 320불이라고 했다. 이런! 전화기 구매가보다 비쌌다. "Sealed New Phone"이었는데 보증기간이 끝났는지 물었더니, 어쨌건 개통이 폰일 있다고 했다. 떨어뜨린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액정이 세로로 갈라졌다면 LCD 수명 자체가 다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차라리 리퍼비시면 부품을 교체했으니 괜찮은데, 폰이라서 부품이 늙은 상태라 이렇게 갑자기 맛이 가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근데요. 한 번 열어본 폰은 판매자가 환불을 안 해줄 수도 있어요."


청년의 말에 눈이 번뜩 뜨였다. 아직 판매자와 대화가 끝나지 않았다. 폰을 되찾아 돌아오는 길에 다시 검색해 보니 삼성과 제휴되지 않은 수리점 중에는 고장 원인 확인을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었다. 여차하면 여기 말고 그 곳을 찾아가야겠다 생각을 했다.




일단 새 폰 주문을 했다. 이 폰이 환불되건 말건 일단 미국에서 전화기 없이 살 수는 없으니까. eBay가 더 싸지만 거르고, 아마존에서 갤럭시 S24 신상폰과 S23 리퍼비시 중에 고민했다. 고장이 아니라 전화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신상폰은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리퍼비시 보증을 믿고 S23 리퍼비시폰을 주문했다. 


그때 문득 'free return 30days' 말고 뭔가가 있지는 않을까 싶어졌다. 이건 무료로 반품하고 환불받는 게 가능하다는 거지, 30일 지났다고 환불이 안 된다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eBay 상품 정보를 꼼꼼이 뒤졌다. 그리고...


찾았다.


기계 결함의 경우 90일까지 보증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잘못 사용한 게 아니라 그냥 맛이 가버린 거니까 기계적 결함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들어 이 내용을 판매자에게 보냈다.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합니다." 


결국 원하는 답이 왔다. 처음에는 반품할 때 붙이는 라벨을 보내준다고 했지만, 며칠 기다려도 메일이 오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무료반품 기간이 끝나 직접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 정도 쯤이야 오케이.


우체국 USPS나 USP, Fedex 중에 어디를 이용해야 할까 하다 https://ship.pirateship.com/이란 사이트를 알게 됐다. 택배 발송을 많이 하는 소상공인용(?) 사이트라는데, 개인도 사용 가능하다 했다. 주소와 소포 무게를 입력하면 여러 서비스의 할인된 가격이 뜬다. 휴대폰처럼 이미 오픈된 배터리 포함 제품은 항공운송 불가라서 USPS Ground만 가능했다. 550g짜리 작은 상자 발송에 우체국에서 11불대 가격을 6불대로 할인받아 결제했다. 우체부가 올 때 우체통이나 집앞에서 무료픽업해주도록 신청도 가능했다.


"환불이나 교환 중에 뭘 하시겠어요?"


며칠 후 택배 수령이 확인됐고, 후속조치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선택은 당연히 환불! 이미 새 폰을 받아 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교환받았다가 또 고장날 가능성도 높으니까. 판매자도 군말없이 환불 처리를 해줬다.


이 폰은 한국에 갈 때까지 멀쩡하기를, 다시는 휴대폰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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